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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지금부터입니다”
두레박 갤러리를 찾아
[2019-06-20 오후 2:23:46]
 
 
 

이색적인 갤러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봄이면 벚꽃 만발한 삼랑진 안태로 향했다.


가야역사의 숨결이 담겨 있다는 부은사로 향하는 길목 왼편 2층 건물 앞마당에 돌멩이로 정성껏 만들어진 첨성대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1층은 카페이고 2층이 갤러리로 구성된 깔끔한 건물이다.


‘세미카페’로 이름 지어진 곳으로 들어서니 7080시대의 음악이 잔잔히 흐르고 자리를 잡고 담소를 나누는 손님들의 환한 표정이 카페와 잘 어울린다.


한 쪽 편에 조그마한 라이브 무대가 설치되어 있고 어느 색소폰 연주가가 찻잔을 기울이며 시간을 기다리는 편안한 모습이 더욱 정겹다.


찻잔을 바쳐 들고 조용히 손님 곁으로 향하는 여주인의 은은한 미소와 표정이 그 편안함과 정겨움을 만들어내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다부진 몸매에 활력이 몸에 배인 50대 후반의 한 남자가 기자가 앉은 자리 맞은편에 앉았다.


오래전 KBS 생방송 세상의 아침에 출연해 맞춤시대의 주인공이 되었던 사람, 김해에서 금관예술대상 천연염색부분 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바로 그 사람.


오늘 만나고 싶었던 갤러리의 주인 ‘두레박 김(본명 김희문)’이다.


기자가 즐겨 마시는 카푸치노 잔을 손바닥으로 쓸어안으며 밀양과 특별한 연고가 없는 이 사람이 불현듯 밀양정착을 선택한 과정까지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희망을 찾아
그는 1962년 경남 의령에서 농업에 종사하는 가정에서 5남매 중 장남으로 출생했다.


배고픔을 달래며 살아가야 했을 만큼 모두가 어려웠던 그 시절의 세상을 향해 도전을 시작한 것은 그가 좋아하는 음악 쪽이었다.


무작정 부산으로 향하여 대중음악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당시의 대중음악 시장은 험난한 가시밭길이었고 끝내 그곳 정착을 포기하고 서울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의지할 곳 없는 서울 땅은 냉정했다. 취직은 어려웠고 마땅히 머물 곳이 없는 상황에서 고향 후배를 만나 신세를 지며 주간에는 재단보조 일을 하고 야간에는 패션관련 학원에 다니며 주경야독의 생활로 접어들었다.


기술습득이 빨랐던 그는 빠른 시간에 정식 재단사로의 길을 택했고, 그것이 그의 인생을 섬유업계의 길로 향하게 하는 운명적인 첫걸음이 된 것이다.

 

⊙꿈의 희비
20대 후반에 직원 30여 명을 거느린 반듯한 사업체를 꾸리고 한국 유명브랜드의 협력업체로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기업의 성장 속도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지만 그렇게 오래가지는 못했다.


1980대 후반부터 한국은 노동에 대한 임금이 급격히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제조업체에 빨간불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한국의 수출 효자 산업으로 불렸지만 노동집약적인 체질을 갖고 있었던 섬유업계는 제조원가의 상승으로 국제경쟁력에서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중국이 섬유산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외국 바이어는 중국으로 하나 둘 눈길을 돌렸고 그기에 따라 한국섬유업계의 수는 빠르게 줄어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1990년대 초 협력체제에 있던 유명브랜드가 끝내 견뎌내지 못하고 법정관리신청에 들어가면서 그의 성장도 멈추고 말았다.

 

⊙또 다른 도전
기업에 대한 정리를 마친 1994년 그는 부산으로 향했다.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한 재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다시 패션관련 학원에 등록하여 공부를 하면서 조그마한 맞춤 여성복 가게를 열었다.


그때 그 가게의 이름이 ‘두레박 뷰티끄’였다.


그에겐 새로운 도전이자 극복해야할 어려운 시기였다. 혼신을 다했던 그 시절의 삶을 회상하는 그의 얼굴엔 강한 열정이 스쳐지나간다.


그의 열정 속에 토속적인 단어와 외국어가 복합된 이 이색적인 가게의 이름은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곳으로 정착되어 갔다.


그리고 부산 벡스코와 허심청 등에서 개최된 ‘앙드레 김 패션쇼’에 찬조출연하면서 인연을 맺은 앙드레 김과의 만남에서 ‘두레박 김’이란 이름을 얻게 됐다.


15년 전 그는 김해로 터전을 옮기며 천연염색에 눈길을 돌렸고 그것은 그의 패션 감각과 더불어 폭발적인 관심을 이끌어냈다.


그는 자연에서 빚어낸 것이야말로 가장 순수한 아름다움과 가장 품격 있는 멋을 지녔다고 강조한다.


이렇게 그는 또 다른 섬유의 길목에서 안정을 찾아갔다.

 

⊙내일의 향기
그동안 공인중개사로 생활전선에서 함께 사력을 다해왔던 아내가 원하는 아늑한 커피숍과 자신의 갤러리를 열기로 하고 자연환경이 뛰어나고 아름다운 이곳 삼랑진으로 발길을 정했다.


커피숍은 다양한 볼거리와 친목모임이나 가정사의 행사, 동기모임 등도 함께 할 수 있는 특색이 있는 곳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층 갤러리에는 천연염색으로 신비로운 자연의 빛을 자랑하는 개량한복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도자기며 한지공예들이 정갈하게 전시되어 색다른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는 연중행사로 고객을 위한 연말패션쇼를 기획하고 있다. 또 공예, 도자기, 서각, 미술, 사진을 비롯한 다양한 작품들을 전시 판매하며 작가와 고객들이 함께 어울려 만들어가는 향기 있는 삶의 터전을 만들어가겠다는 꿈을 전한다.


부인 이세미 여사와의 슬하에 1남의 자녀를 두고 있는 그는 “정겨운 자연의 향기 속에서 소박한 꿈으로 지역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며 미소를 짓는다. 그의 평안한 미소 뒤로 가는 빗줄기가 노래하듯 창문을 두드린다.


인사를 나누고 돌아오는 길목엔 여전히 빗줄기가 차 유리를 스치고 귓가엔 “내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라고 힘주어 말하던 ‘두레박 김’의 자신에 찬 음성이 베토벤의 운명곡이 되어 감돈다.


박영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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