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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보여준 그 열정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2020-01-20 오후 4:47:22]
 
 
 

지난 8일 밀성여자중학교 강당(해심홀)에는 축하와 아쉬움이 교차하는 현악음율이 은은히 퍼져 나오고 있었다.

밀성여자중학교 학생으로 구성된 현악반 앞에서 마지막 지휘봉을 잡은 곽호진 교장선생의 모습엔 36년 동안 교단을 다듬어온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날 학생과 내빈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곽호진 밀성여자중학교 교장의 퇴임식이 거행되었던 것이다.

명예로운 퇴임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그동안 학교장과 함께 학교운영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학부모회는 당신이 보여준 그 열정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고 전했다.

음악인으로서, 교사로서 그의 열정은 어떤 삶을 태워왔는지 그 흔적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교단에 서다

1957년 밀양출생으로 밀성초·밀양중·밀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남대학교 사범대학 음악교육학과에서 작곡을 전공하였으며, 경남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음악교육을 전공했다.

대학교 4학년 초 밀양여자고등학교에서 교생실습을 마치고 그해 2학기 밀성중학교 음악강사로 교단에 섰다.

다음해인 19843월 밀성중학교 교사로 정식발령을 받으면서 음악교사로서의 길을 열어가기 시작했다.

1975년 창설된 밀성여자중학교 현악반 지휘를 맡았던 음악교사의 유고발생으로 1992년 제2대 지휘자를 맡으면서 밀성여자중학교에서의 근무가 시작됐다.

7년 동안 밀성여자중학교에서 현악반과 함께 학교전통 악기반으로 기반을 다져나가던 중 밀성제일고등학교에 관악연주과가 신설되면서 1999년 그곳으로 향했다.

14년 간의 열정적 시간이 흐른 후인 2013년 다시 밀성여자중학교로 옮기면서 현악반 제5대 지휘자로 새로운 역사를 쌓아갔다.

그리고 밀성여자중학교 교감, 교장을 거친 후 이날 퇴임식을 가지게 된 것이다.

 

교사여서 행복했다

곽호진 교장이 교단에서 보여주었던 제자사랑과 음악에 대한 열정은 남달랐다. 제자사랑의 수많은 이야기 중 두 가지만 담아보기로 한다.

현재 밀성여자중학교 현악반 제6대 지휘자인 도은미 선생은 곽호진 선생이 현악반을 맡고 있을 당시 현악반 학생이었다.

그 학생은 작곡전공을 간절히 희망하고 있었으나 지역상 레슨을 받기 쉽지 않은 상황에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그 상황을 알게 된 곽호진 선생은 직접 학생을 가르쳤다. 교단과 현악반 관리업무 그리고 사회적 활동에 분주하였지만 학생의 장래를 위해 또 한 자락의 시간을 그렇게 잘라낸 것이다.

그런 노력 속에 나름 화성학에 자신감을 얻게 된 학생은 경북예고로 진학하게 되었고 이후 대구카톨릭대학교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기간제 교사의 길을 걷게 된다.

곽호진 선생이 교감으로 승진되던 2015년 도은미 선생에게 밀성여자중학교 현악반 제6대 지휘자로 권유했고, 자신의 모교이자 자신의 꿈을 키웠던 현악반의 지휘자로 흔쾌히 발길을 정한 것이다.

퇴임식장에서 도은미 선생은 그동안 가족처럼 살펴주고, 배움을 위해 사랑의 매조차도 아끼지 않았던 그 감사함과 시간에 쫓겨 끼니조차 잊었을 때 교무실로 불러 짜장면 한 그릇에 담아주던 그 사랑의 마음을 가슴에 담고 살아간다며 울먹였다.

그리고 관악연주과가 신설된 밀성제일고등학교 근무 당시 교사와 학생들의 노력은 대단했다.

아침 7:30부터 밤11시까지 시간을 잊고 음악수업에 열중했다.

학교의 전반에 걸친 사기진작과 성장적 분위기를 위해 타 지역에서 3명의 학생을 영입했지만 기숙시설이 없어 모두가 주저앉아야 했을 때, 곽호진 선생의 부인 손경순 여사가 이 일을 맡고 나섰다. 중학교 2학년인 아들 보살핌도 힘든 상황에서 1학년 3명을 집에서 보살피기로 한 것이다. 지금도 어버이날이 되면 이 아이들은 손경순 여사를 잊지 않고 찾는다.

그런 열정의 시간들 속에서 밀성제일고등학교 관악연주과 탄생 이후 처음으로 서울대학교 합격자를 길러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5, 연세대, 계명대, 영남대, 대구카톨릭대, 경북대 등에 수많은 제자들을 입학시키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곽호진 교장은 그때의 열정들을 회상하며 교사여서 정말 행복했다고 고백한다.

 

음악 인생

학교 울타리 안에서만 머물기에는 곽호진 교장의 열정은 너무 뜨거웠다.

밀성여자중학교 학생부장을 맡고 있을 당시인 1997년 창원지방검찰청 밀양지청 범죄예방위원이 설립되자 학생들의 선행적 지도를 위해 그곳에 몸을 담아 23년이 지난 지금에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00년 경남 음악교육연구회 밀양지회장을 역임했고, 2001년 한국음악협회 밀양지부장을 맡아 지역의 다양한 음악활동을 이끌어 오고 있다.

1993년부터 밀양불교합창단 지휘를 맡아 주2회 연습은 물론 지역행사와 불교행사에서 출연하여 공연하고 있으며, 2000년부터 경북청도반야합창단 지휘를 맡아 주1회 연습과 공연활동에 열정을 쏟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심포닉밴드, 밀양시소년소녀합창단, 오리코러스 재능나눔봉사단 등을 맡아 그의 음악적 열정을 유감없이 쏟아내고 있기도 하다.

 

향기로 피어나다

곽호진 선생은 학생들에게 봉사정신 함양고취를 위해 어려운 이웃에게 연탄을 배달해주는 활동을 시작해 5년째 이어오고 있다.

또 매년 1회 현악반의 정기연주회가 끝나면 밀양시립노인요양원을 찾아 공연봉사를 시행하고 있다.

즐거운 등교 분위기와 학생들과의 친숙을 위해 학생들이 등교하는 시간 정문에서 직접 학생들을 맞이한다.

곽호진 선생이 교장으로 취임하면서 학교전면에 대한 외벽공사를 비롯하여 다양한 환경적 변화를 주도했고, 경남교육청이 주관하는 행복학교로 지정받아 14천만 원(4년 간)의 지원금을 확보하는 등 교육환경 개선에 주력하기도 했다.

효성 또한 지극하여 1991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어머니를 아침, 저녁으로 직접 식사도 챙기고, 목욕을 시켜드리는 등 극진히 보살펴 오고 있다.

이러한 그의 열정과 효심은 다양한 수상으로 이어졌다.

밀양예술인상, 법무부장관상, 교육부장관상, 대통령상, 밀양시민대상 효행상, 한국예총예술문화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정부포상으로 홍조근조훈장을 수상하게 될 예정이다.

 

음악의 길로

곽호진 교장의 퇴임식장엔 학생들과 학교관계자, 종교·기관·단체장들과 전국밀양향우회장을 비롯한 향우인까지 많은 내빈들이 참석해 축하와 아쉬움의 시간을 나누었다.

퇴임사를 대신해 일일이 찾아준 내빈들과의 삶의 흔적을 살피며 정담을 나누기도해 특별한 의미를 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곽호진 교장은 그동안 제대로 감사를 다 표현하지 못했지만 언제나 말없이 큰 디딤돌이 되어 주었던 아내에게 감사한다며 한 냥의 금으로 정성껏 만들어진 행운의 열쇠를 전달하며 감사의 포옹을 나누었다.

퇴임식의 마지막 장면은 현악연주를 지휘하는 지휘자의 모습으로 그렇게 막을 내렸다.

음악의 길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 여전히 불타고 있는 한 그 지휘자로서의 모습은 밀양지역 구석구석에서 다시 보게 될 것이다.

교사로서는 퇴직을 하지만 음악의 길은 멈출 수 없다는 곽호진 교장은 개인사무실을 열고 다양한 소통을 통한 지역의 예술문화 발전을 위해 또 다른 걸음을 준비하고 있다.

 

박영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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