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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경제학자들의 만찬
저스틴 폭스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발행
[2018-03-09 오전 10:14:00]
 
 
 

2007년 여름, 미국의 모기지 채권 시장이 붕괴된 것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의 자산 시장이 차례차례 도미노처럼 붕괴되었고 채권시장은 마비되었다.

경제학자들과 정책입안자들은 패닉 상태에 이르렀고, 정부 역시 선택의 기로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이 굳게 믿고 있었던 합리적 시장 이론에 따르면 이런 시나리오는 전혀 예상 밖의 일이었다.

효율적 시장 가설은 1960년대 시카고대학에서 정립된 이후 경제사를 지배하는 강력한 신화가 됐다. 수조 달러를 움직이고, 인덱스 펀드와 새로운 파생금융상품을 나오게 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금융에 발을 들여놓게 하기도 했다. ‘시장참여자들이 모르고 있지만, 금융시장은 알고 있다’는 개념은 실제로 금융시장의 역사만큼 오래됐다. 주식시장 연대기 작가인 조지 깁슨도 “주식 시장이 상장될 때 시장이 정한 가격은 곧 최고의 지성인이 계산한 가격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시장만능주의에 힘을 실었다. 이 신화의 열렬한 지지자들은 합리적인 투자자들이 고수익을 올리기 위해 정보를 분석하는 시장이 언제나 옳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 신화는 몇 번이나 우리를 배신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폭넓은 조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자료조사를 통해 “투자자들이 합리적이지도, 시장이 늘 옳지도 않다”는 새로운 이론을 전파하는 학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효율적 시장 가설이 ‘경제이론 역사상 최악의 오류 중 하나’라는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의 말에 동의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효율적 시장 가설은 인간 행동에 관한 반직관적 가설, 심리학적 의사결정 모형, 시장 비합리성 이론에 철저하게 밀리고 있다. 이러한 이론들은 투자자들이 불완전한 정보에 과민하게 혹은 둔감하게 반응하고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고 보는 것이다.
 

저자는 시장을 움직이는 원리를 새롭게 설명하는 이론을 배제하고 합리적인 시장 이론을 기반으로 한 시장만능주의의 흥망사에 초점을 두고 있다. 시대를 풍미했던 수많은 학자들의 일생을 담고 있지만 본질은 그들의 삶의 한 자락, 한 자락으로 보여주는 금융이론의 역사인 것이다.
 

우리 경제는 내년 상반기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다양한 전망들이 혼재된 가운데 시장은 여전히 확답을 주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우리나라는 1분기 국내총생산이 상승했다거나 기업경기실사지수가 상승하는 등 통계적으로 경기가 녹색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과 유럽경제는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우리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더라도 오랫동안 이를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리고 현재 보이고 있는 경기 회복세가 정부가 심혈을 기울인 재정집행의 역할도 크기 때문에, 정부가 손을 놓을 경우 회복 기운이 오래 가는 것을 장담할 수가 없다. 이런 시점에서 이 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문 경제경영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시장을 움직이고, 또 이를 장악할 이론을 친절하게 제시한다거나,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해주지는 않는다. 다만 냉철한 기자적 시각을 유지하며 월스트리트의 100년에 역사를 담담하면서도 치밀하게 보여주며 그 해답을 독자들의 몫으로 넌지시 돌리고 있다. 책의 말미에서 지난 30년 동안 미국의 금융시장은 합리적 시장 가설에 전폭적으로 역할을 부여했음을 설명하며 전환점의 기로에서 다음 행보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묘한 여운을 주고 있다.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기로에서도 동일한 질문이 던져질 수 있다. 다음 행보는 무엇인가? 합리적 시장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을 보여주었던 경제학자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이 책은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기로에서 혜안을 제공하는 기회를 줄 것이다.

박주연/세원문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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