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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캐는 여인!

[2021-03-26 오후 4:38:36]
 
 
 

지난겨울 첫눈이 내려 봉수대를 순백으로 덮었을 때 봉수대 안내판이 하얀 도화지를 펼쳐 놓은 듯 설렘에 무엇을 그릴까 하다가 사랑이란 두 글자를 새겼던 추억이 있다. 어제 같은데 산 오름 들머리에 누군가의 돌봄에 자목련이 소담스럽게 꽃을 피우고 더불어 살자며 소나무 벚나무가 붙어 정을 나누는 연리목은 소원 쌓은 돌탑이 눈길을 끌며 한 땀 한 땀 스토리를 쌓고 하루하루 세월 흘러 봄물이 가득 비친다. 야생 벚나무는 겨울에 못다 한 연분이 싸락눈으로 내려 수줍은 소녀의 웃음 마냥 가지 늘어지게 달려 하늘거린다.

봉수대 올라 하늘 기운 모우는 팔괘 수련 숨 고르기 할 때 산기슭 울긋불긋 연분홍 진달래 물들이고 곱게 핀 야생 복숭아 핏빛 꽃물결을 연상케 하는 여인의 손놀림이 소곤소곤 봄을 캐는데 민들레도 담소에 키득키득 노랗게 하얗게 햇살 방긋 제비꽃 보라 빛 생긋 시선을 당긴다.

초근목피(草根木皮) 배고팠던 쑥버무리 옛말인가. 한 줌 해쑥이면 봄을 먹는 보약이라 봄물에 몸살 날 지경 쑥 캐던 아가씨 바람 날 새 코로나 19 방콕이 얼마나 지루했으면 나무 막대기 짚고 봉수대 올랐을까. 봄을 캐는 아낙네 엉덩이 한 짐 일세. 봄바람에 살랑일 나이는 아닌 듯 추억을 담고자 폰카 눌렀더니 아이고 얼굴은 찍으면 안 되는데 하면서 마스크 살짝 벗으며 말을 건다. 사진을 찍었으니 밀양신문에 나올라하신다. 보자 하니 봄이 아낙을 간질이는지 사내의 심술이 봄바람인지 쑥 캐는 모습에 옛 추억을 부른 것인데 삼수장군아저씨 아인기요. 비밀스럽던 궁금증이 통성명 없이 사달 나고 말았다.

성내(城內) 한 울타리에 사는 이웃 이것이 고향인가. 봄물 바구니 가득 담아 오시라 인사하고 훌쩍 넘어 산정(山頂) 숲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산새 먹이 주며 새집에 드나드는 곤줄박이 딱새 부부와 교감을 나누다가 제3봉으로 내리는 길에 꿩의바람꽃군락지에 가냘프게 핀 여 나무 잎 새 앙증맞게 꽃잎 펼치고서 봄기운 기지개 켜는 야생화가 발길 붙들어 몰지각한 산 꾼 눈에 산채 당할까 봐 아니할 걱정하고 있을 때 봉수대 쑥 캐던 아낙네 뭇 사내 쫓아 금시 쑥 바구니 던지고서 이내 따라오셨네.

옷깃 스친 인연이 벌써 친구가 된 듯 야생화 해설사가 되어 얄팍한 풍문 지식 전달하니 통하는 바 있어 누구 아시느냐 즉문(卽問)이다. 소통하니 대통한다 했던가. 직장에 몸담았을 때 존경했던 분의 가족이고 또 한분은 정신문화의 고장 안동 향 불심 깊은 가족이라 무슨 이런 인연 이렇게 만나 웃을 줄이야 내친김에 체육공원으로 동행하는 길에 추화산 보존회 산증인께서 하산 길에 어이 보살 아인기요한 다리 건너 이웃이라더니 참 좁기도 하다. 가던 길 멈추고서 산중에서 나누고 남은 등산 양말 두 켤레가 있는데 하시며 경품으로 내놓으니 셋인데 누굴 줄까. 받기보다 주는 행복이 크다던데 주는 것도 고민, 서로 가져라 양보하는 선함이 역시나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양반 댁 마님은 달랐다. 가위 바위 보 즉석 제안으로 봄꽃 같은 선물을 꽃처럼 향기롭게 나누었다.

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해 비통한 역사를 살아오고서 살만한 세상 되고 보니 넘쳐서 불협화음(不協和音)이다. 사분오열(四分五裂) 흔들거리는 사회를 바라보는 오늘 부정도 불평도 없는 선한 인연과의 산행 길에 진달래 한입 가득 봄물 씹어 먹었으니 고운 인연 덕에 산행도 즐겁고 보약 같은 인연 만들었으니 이 또한 소중한 만남일까. 봄꽃이 새싹이 봄물 오르는 추화산에서 봉수대의 봄 인연이 만들어 가는 소중한 하루의 일상이 모두에게 행복을 안겨 주었으면 좋겠다.

 

이승철/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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