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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맛있게 살아내는 것

[2021-05-26 오후 4:37:54]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세 가지가 의. . 주이다. 물론 살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 외에도 많은 것들이 필요하겠지만, 생존이라는 개념에서 봤을 때 입고, 먹고, 기거할 공간 확보가 충족되어야 한다는 것일 게다. 그렇다면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먹는 것 아닐까?

먹고 살려고 하는 일인데’, ‘먹고 죽은 귀신 때깔도 곱다’, ‘먹여 살린다등의 말들을 많이 하는데, 그만큼 살기 위해선 먹는 게 필수라는 얘기다.

예전에는 정말 살기 위해서 먹었다. 영양소를 고려한다던가, 맛이 어떻다 던가 그런 것은 생각지도 못했고, 그냥 끼니 때우기에 급급했는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집집마다 사정은 비슷했었던 것 같다.

양식이 귀한 겨울이면 어김없이 김치와 식은 밥을 넣고 푹 끓여낸 김치국밥이거나, 아니면 물컹물컹하게 삶아진 고구마에 김치를 얹어서 먹는 것으로 끼니를 때우곤 했는데, 지금이야 김치국밥은 훌륭한 해장국이 되고, 고구마는 변비에 좋고 다이어트에 좋은 건강식품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아직도 나는 얘네 들을 싫어한다.

싫었던 기억이 있다면 좋았던 기억은 없을까? 당연히 기억의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가끔 밥상위에 올랐던 라면과 어린 시절 딱 한번 먹었던 돈가스가 그것이다.

당시의 라면은 상대적으로 비싼 음식이어서 온전히 라면으로만 먹을 수 없었고, 꼭 국수와 섞어서 먹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면의 기름기 있는 맛은 국수에 지친 입맛을 달래 주었고, 맛있었고, 행복해 하게 한 음식이다.

어느 날 저녁, 라면 반 국수 반으로 식사를 하고 행복해 하고 있을 때, 아버지께서 돈가스라는 걸 싸 오셨다. 아마 도시의 잔치 집에서 나온 것을 가져온 것으로 추측되는데, 돼지고기가 귀하던 그 시절에 돼지고기를, 그것도 삶은 게 아니라 기름에 튀겨낸 돼지고기는 라면 반 국수 반으로 포만감이 충만했음에도 머리를 탁 치는 듯 한 느낌의 맛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해롭다는 잔소리를 피해 슬금슬금 라면을 끓여먹고, 맛있다는 돈가스 집을 찾아다닌다. 기억이라는 게 이렇게 무섭다.

이제는 먹는 게 생존의 개념이라기보다는 친선을 위하는, 또는 즐기는 개념으로 바뀐 것 같다. 수많은 TV프로그램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것을 방송하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 들어 가끔 한 번씩 즐기게 된 것 중 하나가 음식 만들어 먹기이다. 아직은 가장 만들기 쉬운 볶은 음식들로 덮밥 정도 해먹는 수준인데, 욕심일는지는 모르겠으나 - 틀림없는 욕심이겠지만 - 언젠가는 나도 지지고, 삶고, 데치고, 무치고, 굽고, 튀기고, 더 나아가 우려내고, 스며들게 하고, 삭혀서 시간의 맛을 찾아내는 경지까지되려나?

시간의 맛은 시간에게 맡겨두고, 주어진 시간을 맛있게 살아 내는 것. 잘 삭혀진 인생이 그런 것 아니려나?

 

김종열/농협 밀양시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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