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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만남(5)

[2020-02-23 오후 5:13:49]
 
 
 

3장 우국(憂國)의 밤

이상한 만남(5)

 

중산에게 있어서 사내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첨예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불가사의한 인물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러시다면 황 선생님의 뜻을 시생더러 백산상회와 거래를 해 보라고 권유를 하시는 것으로 이해하여도 되겠습니까

, 그야 우국지사들 사이에서는 그런 일도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니까, 그것은 전적으로 민 선비의 의중에 달린 일이니 좋을 대로 하시지요! 길이 열려 있어도 가고 안 가고는 순전히 당사자의 마음먹기 나름이 아니겠습니까?”

사내는 일부러 민족기업이라는 백산상회의 얘기를 먼저 거론해 놓고서도 막상 중산이 그런 얘기를 하자 별로 기대를 걸지도 않은 채 얼버무려 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 그야 그렇겠지요!”

그가 유보적인 언사를 보이니 중산도 그 정도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가 하고 다니는 역할에 대하여 알고 싶은 바가 많았으나 더 이상 물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의 신분을 대충은 짐작할 수가 있게 되었으니 구차하게 더 이상 캐묻기도 부담스럽거니와, 그렇게 한다고 해서 초면에 본색을 완전히 드러낼 사내도 아닐 터였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거기서 중단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들은 긴 침묵 속에서 말없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술잔을 천천히 비워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제각기 서로 다른 계산을 하면서도 자기네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만은 함께 공유하는 듯하였고, 그런 만큼 방 안에는 한동안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러다가 주전자에 남은 마지막 술을 사내의 잔에 따르면서 중산이 잠자코 입을 열었다.

황 선생님! 혹시 이 다음에라도 미곡을 매입하실 일이 있거나 이곳을 지나치는 일이 있으시거든 우리 동산리로 유람하는 셈 치고 시간을 내어 한번 왕림해 보실 의향은 없으십니까?”

중산의 말에 사내는 들고 있던 잔을 입으로 가져가다 말고 중산을 이윽히 바라보더니 잔에 가득 찬 술을 단숨에 들이킨다. 그리고 안주로 나온 두부지짐 조각을 한 점 집어 입안에 넣고 천천히 씹으면서 무언가 생각에 잠기는 눈치이더니,

장사를 하는 사람이 돈 될 만한 곳이 있으면 어디인들 못 가겠소! 민 선비님의 뜻이 정 그러시다면야 나도 생각을 바꾸어 멀지 않은 장래에 일정을 잡아 직접 한번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하고는 입에 넣고 우물거리던 두부지짐을 무슨 명약이라도 되는 듯이 소리 나게 꿀꺽하고 삼키는 것이다.

좋습니다! 그렇게 직접 우리 집으로 왕림해 주신다면 오늘 못다 한 시국 얘기를 나누며 아무 후회되는 일이 없도록 시생이 각별히 신경 써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중산은 오늘의 감내 나들이에서 뜻밖의 소득이라도 얻은 것처럼 한결 느긋해진 얼굴로 사내를 바라본다. 이제는 더 이상 나눌 얘기는 없었다.

밖에서 큰 함성과 함께 요란하게 농악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으므로 사내가 먼저 몸을 일으켰고, 중산도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난다.

밖에는 이미 황혼이 깃들고 있었다. 땅거미가 깔리기 시작한 길거리로 나서면서 김 서방이 중산에게 물었다.

서방님께서 보시기에도 앞에 가는 저 양복 입은 사람이 나락 장사로 보이십니껴?”

갑자기 그런 것은 왜 묻는가?”

그 사람을 데리고 온 경봉이 쟤는 나락장수가 맞다고 끝까지 뻑뻑 우겼지만, 소인이 보기에는 암만 봐도 장사치는 아닌 것 같아서 여쭙는 말씀입지요!”

글쎄, 그건 앞으로 좀더 시간을 두고 봐야 알 것 같네!”

그러면서 중산은 멀찍이 앞에서 걸어가고 있는 사내와 길잡이로 나선 경봉이라는 농민 차림의 청년을 유심히 바라본다. 그들 역시도 이쪽에 대해서 무슨 긴밀한 얘기를 나누고 있는 중인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풍물 소리가 들리는 장터거리를 향해 나란히 걸어가고 있었다.

장터거리 한복판에서는 이미 <게줄 당기기>에 들어갈 준비가 한창 시작되고 있었다. 새참을 먹으면서 농주 잔을 기울이고 있던 줄꾼들은 옹배기에 남은 술들을 마저 마시고는 서둘러 술그릇들을 치웠고, 놀이를 주관하는 사람들은 농기를 든 길잡이와 풍물패를 앞세우고 다니면서 전열 정비에 여념이 없었다. 시합에 임하는 사람들은 끝도 없이 뻗어 있는 게줄을 따라 저마다 제 자리를 찾아 앉았으며, 구경꾼들은 구경꾼들대로 좋은 자리를 서로 차지하려고 그들 주변으로 우우하고 몰려들고 있었다.

그래도 서방님께서는 아까 그 낯선 양복 입은 사람하고 같이 온 이 감내 마을 청년이 누구인지는 잘 모르시지요”?

아까 자기네들끼리 얘기를 나눌 때 나와 우리 집 내력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을 보니 감내 마을 주민이거나 이곳에 연고가 있는 사람임이 분명하지 않겠는가.”

맞습니다요. 김경봉(金景鳳)이라고, 집은 읍내 해천껄 내이리에 있는데, 이곳 감내리에 외갓집하고 생모의 무덤이 있습지요!”

그러면서 김 서방은 저 청년의 아버지가 일본어 역관(譯官) 출신의 중인 계급으로 재산도 제법 모았는데, 생모가 김경봉을 낳고 산후풍으로 죽은 뒤에 계모가 들어와서 줄줄이 동생들을 낳았는데도 또 부친이 밖에서 다른 여자를 보고 거기서도 다시 여러 명의 자식이 생기고 해서 여러 가지로 집안 일이 복잡하게 되었다는 것과, 그래서 장남인 손위의 형도 집에 있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다가 일찍이 독립운동을 하다가 중국으로 망명한 고모부를 찾아 나라 밖으로 떠나가고 없다는 집안의 복잡한 사정을 소상하게 들려주는 것이었다.

 

정대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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