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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만남(8)

[2020-04-06 오전 9:56:25]
 
 
 

3장 우국(憂國)의 밤

이상한 만남(8)

 

<게줄 당기기>는 끝이 났다. 승천하는 황룡처럼 허공 속에서 꿈틀거리던 누런 게줄은 벼락 치듯 울려 퍼지는 징소리와 함께 그만 순식간에 생명을 잃고 땅바닥에 나뒹굴고 말았다. 하지만 승부에 따른 뒷공론은 아직도 사방에서 분분하였다.

그것도 잠시뿐, 줄꾼도 구경꾼들도 윗감내 아랫감내 할 것 없이 모두들 어깨와 어깨를 맞대고 춤을 덩실덩실 추며 신명을 내기 시작한다. <게줄 당기기>에서 이긴 하감 마을 사람들이 풍물패를 앞세우고 한바탕 승자의 호기를 부리며 흥을 낸 다음,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상감 마을 사람들을 일으켜 세워 춤판으로 끌어들이면서 본격적으로 뒤풀이인 <뒷놀이>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자 농기와 농기 사이에 걸린 새끼줄에 하나 둘씩 지전들이 내걸리기 시작하였다. 사방을 에워싸고 있던 구경꾼들 사이에서 기부금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목돈은 아니지만 한 푼 두 푼 모아 두었던 때 묻은 쌈짓돈들이 아낌없이 쏟아져 나오면서 모두가 함께 즐기는 축제 마당에서 뜻 깊은 화합의 꽃으로 피어나고 있는 셈이다.

수십, 수백 명이나 되는 양쪽 마을 사람이 흥겹게 춤을 추면서 만들어 내는 소용돌이가 크게 원을 그리며 맴을 도는 속에서 꽹매기가 악을 쓰고, 열두 발 상모가 돌아가고, 둔중한 징소리도 쌓였던 시름을 토해 내듯 용을 쓰면서 마음껏 운다. 가난 때문에 핍박받던 사람도, 연 이은 보리 흉년에 부황이 들었던 사람도 모처럼 시름을 털고서 두 활개를 크게 벌리고 너울너울 춤을 추는 것이다.

지지리도 정이 많고 애가 많은 민족이니 그만큼 신명도 많은 것인가. <게줄 당기기>가 끝난 이 때만큼은 구원(舊怨)도 애원(哀怨)도 모두 모두 신명 속에 불살라 버리고 이렇게 모두가 하나 되어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흥을 낼 수 있는가 보다.

김 서방 이것도 저기 농기의 새끼줄에 걸어 주게!”

중산도 그 모양을 보고 가만히 있지 못하고 도포 소매 속에 미리 준비해 지니고 있던 적잖은 액수의 돈 봉투를 구경꾼들 속에서 어깨를 들썩이고 있는 김 서방에게 건네준다.

뜨거운 열기 속에서 <게줄 당기기>가 끝나고, 뒷놀이가 진행되는 모양을 점잖게 바라보면서 중산은 천하를 움직일 수 있는 조선 민중들의 불기둥 같은 거대한 힘을 실감하면서 미동도 하지 않고 거기서 우두커니 그렇게 서 있었다.

그것은 놀라움이었고, 신선한 충격이었다. 갑오년 민란 때 전라도 일원에서 총포로 무장한 관군의 저지선을 무너뜨리고 전주성을 함락시켰던 동학군들의 힘의 원천도 저런 것이 아니었을까. 지금 그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흥의 소용돌이는 암담한 현실 속에서 잠자고 있던 조선 민중들의 민족혼을 불러일으켜 세우는 회오리바람보다 드센 힘이었고, 어둠 속에서 찾아낸 한 가닥 불빛처럼 반갑고 소중한 것이었다.

서방님, 대단하지요? 예전에도 <감내 게줄 당기기>를 더러 보았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피눈물 나도록 야단스럽지는 않았던 기라요!”

본능적인 감동에 있어서는 상하가 따로 없는 것이리라. 주민들이 건네는 막걸리 사발을 연거푸 비우고 있던 김 서방도 <뒷놀이>로 이어지는 낭자한 춤사위에 그저 신명이 나는지 연신 어깨를 들썩이며 우쭐거린다. 황소처럼 둔한 체구에 어찌 그리도 신명이 많은지, 자칫하다가는 하늘같은 상전인 중산의 옷소매를 잡아끌면서 우쭐우쭐 함께 춤을 추자고 덤빌 기세다.

김 서방의 생각도 다르지 않는구나! 오늘의 이 놀이는 다른 때 보던 것하고는 전혀 딴판인 걸. 달라도 너무 달라. 정말로 모두가 다 신명에 미친 것 같고, 신들린 사람들 같지 않은가!’

중산은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전신을 감싸고도는 불기둥 같은 전율을 느낀다. 그런데 그 신들린 듯한 민중들의 신명 속에서 민의(民意)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왜 자꾸만 조선 민중들의 뿌리 깊은 서러움과 한이 느껴지는 것일까.

중산은 그게 저물어 가는 서쪽 하늘의 붉은 노을이 흰옷 입은 민중들을 핏빛으로 온통 물들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고 몇 번이나 심호흡을 한다. 그런데 속으로 뇌인 자기의 말소리를 알아채기라도 한 것일까.

충직하기 짝이 없는 김 서방이 이심전심으로 그의 마음을 읽은 것이리라.

서방님! 저 사람들이 오늘 따라 우찌 저렇게 미친 사람처럼 흥을 내는지 아십니껴? 사연 많은 <감내 게줄 당기기>도 오늘로써 마지막이라꼬 저러는 기이 앙이겠습니껴, 마지막이라꼬요!”

아니, 김 서방!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나?”

, 서방님! 아까, 그 경봉이가 그럽디다요! 왜놈들의 등쌀에 앞으로 <감내 게줄 당기기>는 두 번 다시 몬하게 될 기이라꼬요! 오늘 이 행사도 그래서 부랴부랴 마련한 기이라꼬요!”

왜놈들이 앞으로는 이 행사를 못하게 했다는 말이 정녕코 사실이란 말이지

중산은 오늘 낮에 무봉사에서 내려오다가 멀리 응천강 건너 삼문리 모랫벌에서 들려오는 조선 민중들의 단오놀이 함성과 풍물소리를 들으면서도 가슴 한 구석에서 피어나던 공허한 생각이 이제는 암담한 현실이 되어 눈앞을 확 덮치는 심사였다.

왜놈들이 무단정책을 강화하면서 인정 많고 흥이 많은 조선 민중들이 신명나는 민속놀이를 통하여 항일의식으로 결집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하여 앞으로는 많은 인원수가 동원되는 그 어떤 민속놀이 행사도 금하고 나설 거라는 소문은 이미 듣고 있었지만, 지금 이렇게 막상 현장에 와서 직접 눈과 귀로 확인을 하게 되고 보니 그게 무성한 헛소문이 아니라서 그만 억장이 무너져 내리고 마는 것이다.

중산은 마을 주민들이 남녀노유 없이 한 덩어리가 되어 거대한 소용돌이처럼 빙빙 돌아가고 있는 춤판을 바라보면서 그들이 왜 그렇게 죽기 살기로 한사코 신명을 내는지, 이제야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난 속에 핍박만 받고 굶주리며 살아온 망국민의 응어리진 한과 사무친 슬픔을 낭자한 풍물 소리와 함성에 담아서 한바탕 신명으로 용해시켜 버리곤 했던 <감내 게줄 당기기>.

암담한 식민지 시대의 아픔도 설움도 농익은 신명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던 그 피어린 대동 축제를 앞으로는 영영 못하게 되었으니, 어찌 저렇게 신들린 사람들처럼 미쳐 날뛰지 않을 수 있으리! 그리고 저 둥실둥실 떠오르는 <뒷놀이>의 흥과 신명이 어찌 피맺힌 조선 민족의 원한과 울분과 설움보다 더욱 더 아프고 쓰라리지 않다고 말할 수 있으리!

정대제/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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