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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만남(9)

[2020-04-21 오후 6:43:32]
 
 
 

3장 우국(憂國)의 밤

이상한 만남(9)

 

중산은 마을 주민들이 남녀노유 없이 한 덩어리가 되어 거대한 소용돌이처럼 빙빙 돌아가고 있는 춤판을 바라보면서 그들이 왜 그렇게 죽기 살기로 한사코 신명을 내는지, 이제야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난 속에 핍박만 받고 굶주리며 살아온 망국민의 응어리진 한과 사무친 슬픔을 낭자한 풍물 소리와 함성에 담아서 한바탕 신명으로 용해시켜 버리곤 했던 <감내 게줄 당기기>.

암담한 식민지 시대의 아픔도 설움도 농익은 신명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던 그 피어린 대동 축제를 앞으로는 영영 못하게 되었으니, 어찌 저렇게 신들린 사람들처럼 미쳐 날뛰지 않을 수 있으리! 그리고 저 둥실둥실 떠오르는 <뒷놀이>의 흥과 신명이 어찌 피맺힌 조선 민족의 원한과 울분과 설움보다 더욱 더 아프고 쓰라리지 않다고 말할 수 있으리!

말과 나귀를 함께 태운 황포돛배에 몸을 싣고 돌아오는 중산의 단옷날 귀갓길은 그래서 더욱 더 멀고 먼 유랑의 길처럼 쓸쓸하고 처량하기만 하였다. 날은 이미 저물어 짙붉은 석양빛이 망국의 한을 품고 죽어 간 애국선열들이 토해낸 선혈처럼 온 천지를 핏빛으로 물들이기 시작하였고, 황톳빛 기폭 가득 실려 오는 강바람도 구성진 늙은 사공의 뱃노래 소리만큼이나 처량하고 스산스럽기만 하였다.

구포로 가는 마지막 황포돛배라 손님이라고는 그들 일행과 함께 감내 나루에서 승선하였던 대여섯 명의 남정네들과, 읍성 쪽에서 승선하여 온 다른 사내 너댓에 아이를 업은 아낙과, 그 시누이인 듯한 처녀 하나가 전부였다.

김 서방, 요즘도 퉁소를 가지고 다니는가?”

뱃전에 기대앉아 저문 석양 속으로 아득히 멀어져 가는 감내 마을 쪽의 먼 산들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던 중산이 몸을 훌쩍 일으키며 문득 그렇게 물었다.

서방님, 퉁소라 말씀하셨습니껴?”

김 서방은 선뜻 대답을 못한 채 늘 품 속에 넣고 다니던 퉁소를 본능 적으로 더듬는다.

그거는 언제나 이렇게 소인놈 품속에 들어 있지만, 왜 갑자기 퉁소를 찾으시는지

김 서방은 퉁소를 가지고 왔노라고 대답을 해 놓고서도 정작 그 묻는 까닭을 알지 못한 채 멍한 얼굴이다.

동산리 여흥 민씨네 종가에서는 하인들이 북이나 장구 같은 풍물을 다루는 것은 물론 퉁소 같은 악기 소리조차 아무데서나 내지 못하도록 금하고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집안에 문중 아이들을 가르치는 강학당과 글 읽는 윗전들이며 그들을 찾아온 방문객들이 방마다 득시글거리고 있기에 잡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집안의 상전, 아랫것들 할 것 없이 풍류나 속악(俗樂) 가무에 젖다 보면 사리 분별력이 흐려지고 본능적으로 들끓는 감성에 휘둘리기 십상이어서 양반 사대부가 식솔으로서의 체통과 품격을 떨어뜨리게 된다는 것이 내면적인 이유였다.

그래서 그는 퉁소를 버리지 못하고 늘 품 속에 지니고 다니면서도 집안은 물론 집 밖에 나와서도 외딴 곳이나 상전들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만 동료 하인들의 성화에 못 이겨서 한 번씩 불어 보는 게 고작이었다.

김 서방, 뭐 하는가? 그 퉁소 한번 불어 보지 않고!”

말을 하면서도 중산은 멀리 산을 돌아나간 물길을 따라 끝없이 멀어져 가는 뱃길만 하염없이 뒤돌아보고 있었다.

어느덧 저승처럼 까마득히 멀어져버린, 아득한 뱃길 저쪽의 하감 마을에는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마을 남정네들이 썰물처럼 인파가 쓸려나가 버린 텅빈 장터거리를 방황하면서 멍든 가슴마다 권커니 마시거니 술을 쏟아 부어넣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저녁 식사 준비 때문에 먼저 집으로 돌아간 부녀자들은 밥솥에 불부터 지펴 놓은 뒤, 곧 돌아올 남정네들을 위하여 텃밭의 아욱을 솎아다가 해장국을 끓이느라고 분주할 것이고, 집집마다 굴뚝마다 매캐한 솔가지 타는 저녁연기가 솔솔 피어오르고 있을 것이다.

,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아직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는 아버지를 찾아 사립문을 나서거나, 어쩌면 혼기에 찬 형과 누이들을 찾아서 그네 터나 빨래터로 어두운 길거리를 헤매고 다닐지도 모른다.

그리고 상처 난 마음들이 원귀처럼 떠돌고 있을지도 모를 그 썰렁한 하감 마을 저편의 서대동리 한골 마을에는 점필재 선생의 생가인 추원재(追遠齋)가 김일손이 사초에 올린 조의제문(弔義帝文)으로 촉발 된 무오사화 때 이곳까지 휘몰아쳤던 슬픈 역사의 무게를 견디며 오늘도 망국의 하늘 아래 쓸쓸하게 서 있을 것이고, 죽어서 억울한 누명을 쓰고 부관참시(副棺斬屍)를 당한 선생의 뼈들을 추슬러 상남면 무량원 (無量院)의 덕대산(德大山) 기슭에서 이장해 온 그 옆의 유택(幽宅)도 그때 참수를 당한 애제자들이 흘린 선혈과도 같은 저 노을빛에 물들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곳으로 열려 있는 저 아득한 물길도 머잖아 시시각각 짙어 오는 어둠 속으로 자취도 없이 묻혀 버리게 될 것이고, 새카맣게 타 버린 가슴처럼 내려앉은 그 검은 밤하늘에는 지금은 사라져 간 그리운 옛 선현들의 혼불처럼 깜빡이는 별무리가 하나 둘씩 돋아나게 될 것이다.

 

정대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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