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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지평선 1권(27)
제2장 일락서산(日落西山)
[2019-09-03 오후 5:43:14]
 
 
 

妻家(11)

어쩌면 이렇게 신수가 훤하게 잘도 생겼을꼬. 숯검정처럼 짙은 눈썹을 보니 틀림없는 우리 가문의 어김없는 종손의 모습일세! 어디 보자, 어디 보자. 아버지를 닮았나, 할아버지를 닮았나. 얼굴 윤곽은 아버님을 닮은 것 같고, 턱하고 이마 쪽을 보니 돌아가신 증조할아버지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여기 있는 중산 조카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시댁의 여러 어르신들을 가까이서 직접 뵌 적도 없으면서 그렇게 칭송의 변을 인사삼아 쏟아 내던 송곡 부인은 문득 생각이나 난 듯이, 한 자리 건너편의 소파에 앉아 있는 조카며느리인 박씨 부인한테로 눈길을 가져간다.

이보게, 질부. 아이한테는 뭐니 뭐니 해도 지 엄마의 모유가 제일이라는데, 젖은 잘 나오는가?”

, 숙모님. 젖은 유모의 신세를 안 질 정도로 잘 나오는 편이랍니다.”

박씨 부인은 공연히 얼굴을 붉히며 겸연쩍어한다. 혼인할 때 폐백도 못 드리고 친정 신행길에 잠시 들러 예를 올렸던 비운의 막내 시숙모님이었다. 친정집하고 몇 마장도 채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거리였으나, 친정집 나들이를 삼가는 것이 해천껄 친정댁의 오랜 풍습인데다가 혜민당 한의원에 대해서는 문중 사람들에게 금족령까지 내려져 있는 터이라, 남편과 동행하면서도 남들의 이목에 신경을 쓰며 은근히 마음을 졸여야만 했던 박씨 부인으로서는 또 그녀대로 마음에 켕기는 바가 한 둘이 아니었다.

젖이 모자라지 않는다니 다행이네.”

고개를 끄떡이던 송곡 부인의 애틋한 시선이 새삼스럽게 새색시의 모습이 여전한 박씨 부인의 얼굴을 더듬는다.

이보게 질부! 나는 시집 어른으로서 아무 노릇도 해 준 것이 없는데, 이렇게 어려운 발걸음을 해 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네.”

뵐 때마다 숙모님께서 자꾸 이러시니 저는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박씨 부인도 송구스럽기는 매한가지라 새삼 얼굴을 붉힌다.

이 사람 말이 맞습니다, 숙모님. 이제는 제발 그런 말씀 그만 하시도록 하세요. 사실 따지고 보면 숙부님께서 그렇게 되신 것도 모두가 다 시대를 잘못 만난 탓이 아닙니까?”

보다 못해 중산도 한마디 거들고 나선다. 사실이 그랬다. 죽명 숙부에게 죄가 있다면 청나라 세력을 등에 업은 민씨 정권과 그 정권을 무너뜨리려고 일본을 등에 업은 개화파 세력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던 바로 그 민감한 시기에 남다른 총명함으로 약관의 어린 나이로 식년시에 당당하게 장원 급제하였던 게 죄였다. 다시 말해서, 그가 갑신정변에 연루된 개화파 인사들과 엮이게 된 것도 그 당시 민씨 척족 정권의 정점에 있던 민태호 대감과 사헌부 집의였던 부친 승당 어른이 왜인들과 개화파 인사들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하여 그들의 내왕이 잦은 부산포의 해관 감찰관으로 특별히 파견한 데서 비롯된 결과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문제는 죽명 숙부님의 진보적인 사상이 <수화불통>의 조처로 청산된 것이 아니라 아직도 진행 중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분은 문중에서 엄중히 금기시하고 있는 예수교를 아직까지 버리지 않고 믿고 있었고, 그래서 거실 한쪽 벽면에는 커다란 예수의 성화 액자가 보란 듯이 걸려 있고, 찬송가를 비롯한 신·구약 성서며, 예수교와 관련된 각종 서적들이 서가 한 칸을 다 차지하다시피 잔뜩 꽂혀 있는 것이었다.

집안 어른들과 죽명 숙부님과의 사이에 아직도 해결할 수 없는 미완의 숙제가 있다면 그것은 다른 그 무엇도 아닌, 종교적인 문제와 이단자로 인식되고 있는 죽명 숙부의 거취 문제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양자 중 그 어느 쪽에서도 양보할 수 없는 근원적인 문제임을 중산은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문중의 차세대 당주라는 신분상의 막중한 책임감 때문에 그 양자 사이를 오가면서 오랜 갈등의 풍파를 몸소 체험하면서 자기 나름대로 격변기가 가져다주는 남다른 시대적인 아픔을 겪고 있는 셈이었다.

죽명 숙부님은 제법 길어진 초여름 해가 설핏해질 무렵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얼굴에는 아직도 불그스레하게 취기가 남아 있었다. 예수교인들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데, 오늘 연회가 어떠했는지 안 마시던 술까지 마셔야 했던 것을 보면 영남루 연회장에서 못 먹는 술을 억지로 마셔 가면서 종교적인 금기마저 어기지 않으면 안 되는 사정이 있었던 모양이다.

, 우리 젊은 차세대 당주님께서 왕림해 계셨구먼! 어이쿠, 우리 천사 같은 질부님께서도 와 있었고!”

이렇게 너스레를 떨며 나타난 죽명 어른도 일단 안으로 들어와 큰댁 조카 내외로부터 큰절을 받을 때만은 집안의 여느 어른들이나 마찬가지로 근엄한 모습으로 되돌아가 있었다.

숙부님, 단오절 연회는 무사히 잘 끝났는지요?”

예를 갖추고 의례적인 인사말이 오간 뒤에 중산이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죽명 어른은 쓰라린 속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것이었다.

말도 말아라! 그 자리가 어떤 자리인데 무사히 끝났겠느냐? 노엽고 지겨워도 좋은 듯이 참고 있노라니 참으로 사람으로는 못할 노릇이었는데, 술이 거나하게 돌고 파장 무렵이 되니까 아니나 다를까, 너나없이 한마디씩 불평들을 늘어놓는데 이만저만이 아니더구나!”

중산은 연회에 참석한 인사들 중에는 왜놈들이 심어놓은 조선인 첩자나, 친일 인사도 없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렇게 흘렀다니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묻는다.

주로 어떤 말들이 나왔는데요?”

불평이야 뻔하지 머! <토지조사사업>과 지난 <토지조사령>으로 몰수해 간 조선 사람들의 토지들을 당장 돌려 달라. 수리조합비는 조합원들에게만 거두되, 과도한 기부금은 절대로 거두지 말아라. 관에서 우리 조선 사람들을 너무 강압적으로 대하지 말아라. 관에서 토목 공사를 할 때 묘소와 각종 유적들을 함부로 파괴하지 말고 훼손된 것들은 원상 복구시켜라. 호구세를 없애고 농지세를 낮춰라. 말들이야 부지기수로 많았지만 그놈들이 어디 콧방귀나 뀔 놈들이냐!”

정대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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