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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학지서, 공부에는 왕도가 있다

[2020-11-12 오전 10:27:20]
 
 
 

때때로 교단에서, 오늘날의 선비정신을 일깨우고자 아이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교문을 들어설 때마다 스스로 마음을 다진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문제해결 중심의 문답식 강의로 감동이 교류되기를 염원하는 것이다. 이런 바람은 교단에 서는 누구나 가지리라고 본다.

그런데 교육현장은 이와 동떨어질 때가 많다. 아이들이 먼저 질문하는 사례를 별로 보지 못했고, 선생의 질문에 반응이 없거나 애써 시선을 외면하는 경우를 더러 보게 된다. 답답한 심정으로 교육계 원로들께 투정을 부려본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교육을 받을수록 비교육적인 자세가 고착되어지느냐는 얘기이다. 초등학생 때에는 생각과 발표가 개방되어 있다가 학년이 오르면서 점차 장벽을 구축하니 말이다.

문제는 왜 그런가하는 점이다. 여러 요인 중에서 교육방식에 적잖은 원인이 있다고 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키워드는 창의력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이를 향상시킬 대안은 부족했다. 일전에 유명세를 타고 있는 어느 유튜브 강의를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어느 대목에서 밑줄을 치라, 이것만 외워라, 또 응용문제의 정답을 고르는 방법까지 제시해주고 있었다.

주입식 교육의 실상은 어른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나이가 들수록 한번 각인된 사고방식은 이분법적 편향성을 벗어나기 어렵다. 진보-보수, 성장-배분, 보존-개발 등에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은 사회교육의 장이 사고의 유연성을 연마할 기회로 활용되지 못한 탓이 크다. 대안은 일방적 청강을 넘어 시민이 능동적으로 참여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토론식 강좌가 해결책이다.

창의력을 강조하는 학풍은 오늘날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의 전통적인 공부방법에서 발견된다. 조선 유교의 주류를 이루던 성리학은 철학적 사변의 폭을 무한히 확장했다. 학자의 수만큼 학설이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학풍이 엄격했던 이들의 공부방법은 위학지서(爲學之序)라는 5가지 순서를 따랐다. 널리 공부하는 박학(博學), 묻고 답하는 심문(審問), 깊이 숙고하는 신사(愼思), 명쾌하게 판단하는 명변(明辯) 그런 연후에 독실하게 실천하는 독행(篤行)이다. 우리나라가 이 공부방법을 지금까지 고수했더라면 아마도 노벨상을 석권할 세계적인 석학들이 쏟아져 나왔을 것이다.

조선시대 선비정신의 본산의 하나인 도산서원에는 퇴계선생이 설계하고 강학했던 서당이 있다. 당시 성균관 대사성(오늘날 유일한 국립대 총장)을 역임하고 낙향해서 지은 학교가 3칸 가옥이다. 서너 명이 들어서면 어지간히 차는 방에서 3백 명이 넘는 제자를 배출했으니 요즘과는 교육방식이 달랐음이 분명하다. 여기서는 철저히 묻고 답하는 심문을 통해 서애 유성룡, 학봉 김성일 같은 대학자들이 양성된 것이다.

외국의 사례도 있다. 전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한 유대인이 노벨상의 23%를 차지한 비결은 무엇인가. 어릴 적부터 창의력을 기르는 훈련을 잘 한 덕분이다. 그 창의력은 심문에서 비롯됨은 물론이다. 유대인 부모들이 아이들의 등하교 때에 하는 말을 인용해보자. ‘오늘 학교에 가면 무엇을 질문할 거니?’ ‘오늘 학교에서는 무엇을 질문했니?’ 유대인 학교는 질문하러 가는 곳이다.

우리는 산업화과정을 거치면서 섣부른 믿음을 가지고 있다. 어떤 문제이든 정답이 있을 것이고 빨리 찾아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여긴다. 이것은 수직적 산업사회에서는 유용하지만, 수평적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정답이 아니라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현상을 다른 각도로 볼 줄 알고 해석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창의력이고 경쟁력이다.

 

(박창권/논설위원)

 

박창권

 
 
 
위학지서 지금이라도 학문의 순서를 잘 따라야겠습니다. 창의력을 기르는 것이 최고의 경쟁력이라는데, 그 창의력은 우연히 주어지지는 않겠죠. 일선 학교나 가정에서 이 글을 좀 읽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에 묻고 답하는 공부방법이 정착되기를 염원하면서... 2020-11-15 07:27
교육자 교육 문제는 늘 화두가 되었다. 창의력을 키울 문제제기와 멋진 대안제시에 큰 박수를 보낸다. 2020-11-14 07:33
전기호 너무나 당연한 말씀입니다. 입시를 위해 암기식, 주입식교육에서 벗어나야 바라는 창의성을 길러주는 교육이 바로 섭니다 2020-11-1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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