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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충사 운해와 백일홍

[2021-08-17 오전 10:17:30]
 
 
 

정확히 11년 전 이맘 때, 표충사에서 백일홍과 운해 작품을 촬영한 것이 너무 마음에 들어, 매년 같은 시기에 갔지만 허탕만 쳤다.

어느 해는 백일홍이 시들었고 어떤 때는 운해가 없었다.

올 여름에 네 번째 새벽잠을 설치며 표충사로 향했다.

차가운 새벽 공기는 잠에서 덜 깬 필자의 정신을 맑게 했지만 머릿속은 온통 운해가 있기를 간절히 기대하며 달렸다.

표충사 일주문을 지나자 주지스님께서 산책하고 계신다.

차에서 내려 예를 갖추고는 백일홍 찍으러 왔다고 말씀드렸드니 좋은 작품을 찍으라면서 온화한 미소를 지으신다.

사자봉과 필봉 사이에 하얀 운해가 넘실거려 흥분한 나머지 삼각대도 설치하지 않고 찍다보니 흔들려 다시 차에 가 삼각대를 가져와 촬영한다.

하지만 기대했던 대광전 뒤 수미봉 방면으론 운해가 하나도 없어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도 허탕 치는구나 생각하며 사천왕문으로 들어서자 십여 명의 사람들이 열심히 찍고 있다. 나보다 더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다는 걸 절실히 느끼며 삼각대를 설치했지만 도무지 운해는 나타날 생각을 않는다.

시간이 흘러 운해 촬영을 포기한 사람들은 하나둘 사찰을 빠져 나갔고 필자는 끈질기게 서서 기다린 지 1시간 쯤 지나자 거짓말 같이 사자봉의 운해들이 순식간에 나타나 수미봉 허리를 감싼다.

이때를 놓칠 리 없어 여러 장 촬영하자마자 3분도 안 되어 홀연히 사라져 버린다. 허망했지만 그나마 끈질긴 기다림과 신속한 촬영 덕분에 겨우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비록 11년 전의 작품과 비교했을 때 뒤떨어졌지만 그나마 운해와 백일홍을 촬영한 것이 너무 즐거워 시내로 오는 차 안에서도 개선장군이라도 된 양 흥분된 마음은 좀처럼 가라않지 않았다.

 

배재흥/밀양풍경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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