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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에 온 여승(女僧)-3

[2021-10-01 오후 3:10:51]
 
 
 

5장 운명의 그림자

석양에 온 여승(女僧)-3

 

서방님, 그렇게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부부는 일심동체라 하지 않았습니까? 부창부수(夫唱婦隨)는 삼종지의(三從之義)의 버금 항목으로 남편을 따라야 하는 아내의 도리요, 가정의 화목과 금슬지락을 일구는 요체라고 어려서부터 내훈(內訓)을 통하여 배웠습니다. 제가 동산리 민씨 가문의 종부가 된 지도 어언간 십 년이 넘는 연륜이 쌓였는데, 일심동체라는 부부지간에 못할 말씀이 무에 있다고 그렇게 당혹스러워하십니까?”

박씨 부인은 부부가 된 연륜과 자신이 어렸을 때 배웠던 여필종부(女必從夫)의 가르침이 세세히 담겨 있는 내훈까지 언급하면서 중산으로 하여금 추호의 심적 부담도 없이 스스로 마음의 문을 열게 하려고 내심 애를 쓰고 있었다.

내훈이라는 서책은 그녀가 방금 말한 것처럼, 유년 시절에 친정에서 배웠던 부도교육(婦道敎育)의 교본이었는데, 그녀가 이 자리에서 그런 사실까지 굳이 언급한 까닭은 그 교본이 이상적인 여성상인 부덕(婦德부언(婦言부용(婦容부공(婦功) 등의 네 가지 행실을 갖추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부녀교육을 위하여 그 책을 지은 사람이 다름 아닌 세조 임금의 며느리이자 중산네 가문에서 자랑하는 오우 선생 다섯 분의 진외종조부였던 점필재 김종직 선생을 유난히 총애하였다는 성종 임금의 어머니인 소혜왕후(昭惠王后) 한씨(韓氏)였다는 사실도 그녀가 그렇게 떳떳하게 말하는 정서의 밑바닥에 당연히 깔려 있었다.

내훈을 지은 소혜왕후는 친정아버지 한확(韓確)의 밑에서 유교적 부덕을 닦고 언행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왕손의 양육에 있어서도 어떤 실수나 허물도 비호하지 않고 훈계하여, 시아버니인 세조로부터 폭빈(暴嬪)이라는 말까지 들었을 정도였던 것이다.

또한, 내훈의 서()에서 대개 남자는 호연(浩然)한 마음을 가졌고 뜻은 오묘한 진리를 찾는 데 두어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으나, 여자는 오로지 침선(針線)과 방적(紡績)이 잘되고 못되었는가만 따지고 덕행을 알지 못하므로 성인의 가르침을 부녀자에게도 가르치려는 의도 에서 이를 지은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서, 후손 교육을 가업의 으뜸으로 여기는 여흥 민씨 가문의 가치관과도 잘 부합되는 교본이었던 것이다.

아니, 그러고 보니 당신도 지난 단옷날 친정에 갔을 때 승당 할아버님의 하녀가 낳았다는 청관 스님이라는 서출 자식의 얘기를 들었던 모양이구료?”

중산은 부인에게조차 결코 알리고 싶지 않았던 승당 할아버지의 과거사 얘기를 그녀가 알고 있다는 사실이 전혀 예상 밖이라는 듯이 적잖이 놀란다.

, 서방님! 서방님께서 처가에 갔다가 큰 숙제를 받아 왔는데, 아내인 제가 그 사실을 모른대서야 어찌 생의 반려자라 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서방님께서 저의 친정을 떠나신 그날 밤에야 저의 처소로 몸소 건너오신 친정아버님으로부터 승당 할아버님이 한양 현직에 계실 때 시중을 받들던 하녀의 몸에서 태어난 청관 스님이라는 그 서자의 얘기를 듣게 되었답니다. 친정아버님께서는 저에게 하신 얘기를 서 방님한테도 이미 다 하셨다고 말씀하셨지만, 직접적으로 말씀하시기가 곤란했던 부분도 없지 않으셨던 모양입니다. 왜냐하면, 청관 스님을 낳은 하녀의 친동생으로 예전에 우리 집에 있다가 떠나간, 아주 어릴 때 들었던 언년이라는 노비에 대한 얘기는 서방님께 굳이 말할 필요가 없겠다 싶어 안 하신 것 같았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아니, 해천껄 처가에도 청관 스님을 낳은 하녀의 여동생이 노비로 있었다니 그건 또 무슨 말씀이오?”

그렇잖아도 얼굴이 귀밑까지 벌게져 있던 중산의 두 눈이 화등잔만큼이나 둥그레진다.

, 서방님! 제가 아주 어렸을 때의 일이라 잘은 모르지만, 그런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장인어른께서 나한테 일언반구의 언급이 없었던 그런 얘기를 부인한테는 따로 했다는 말씀이오?”

윤곽이 뚜렷한 중산의 검은 눈에서 일순간 서늘한 바람이 인다.

, 서방님! 하지만 서방님께 비밀로 덮어두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얘기를 듣고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지 몰라 부부지간인 저의 입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알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일부러 그리하신 것이 아닐는지요?”

허허, 도대체 그 언년이라는 노비가 그 무슨 대단한 존재였기에 장인어른께서 나한테는 함구할 정도로 그렇게 신경을 쓰셨다는 말씀이오?”

중산의 반응이 예상외로 민감하게 나타나자 박씨 부인은 당황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친정아버지가 못한 얘기를 자기가 대신 하기로 작심한 그녀로서는 이미 발설한 얘기를 다시 주워 담을 수도 없거니와 또, 피해 가고 싶은 생각도 전혀 없는 모양이었다.

언년이는 그리 대단한 존재도 아니고, 제가 세 살 되던 해에 저희 친정에서 면천 방면된 그저 마음씨 착한 일개 노비였을 뿐이랍니다. 또한, 언년이의 얘기를 제가 들은 것이 아버님께 천자문과 소학을 배우던 아주 어린 시절이라, 사실 저도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일이기도 하고요.”

박씨 부인은 중산이 의외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바람에 언년이가 오래도록 잊고 있었던 대수롭지 않은 망각 속의 하찮은 존재였음을 애써 강조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중산의 태도는 그녀의 의도와는 달리 더욱 완강해지고 있었다.

 

정대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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