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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잠 깨어

[2019-12-02 오전 10:38:24]
 
 
 

겨울이 다가오면서 짧은 해가 일찍 자리를 내 놓고 서쪽 산을 넘어간다. 이제 춥고 긴 겨울밤이 우리 곁으로 바짝 다가오고 있다. 시골에 단독 주택을 지어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저녁 어둠이 빨리 찾아오고 밤도 길어서 따뜻한 아랫목이 더욱 그리워진다.

새벽은 아침보다 한 참 이른 때를 일컫는다. 아직은 사방이 고요와 어둠에 잠겨있고 창 너머로 나만의 초록별을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일찍 잠이 깬 날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제법 긴 시간을 침실에서 그냥 보내게 된다. 가족의 곤한 새벽잠을 뺏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침이 늦게 오는 겨울철에는 새벽 추위와 어둠으로 인한 행동의 불편함으로 그 시간이 더 길어진다. 잠이 깬 채 어둠속에 혼자 가만히 누워 있으면 온갖 생각들이 찾아와 머리를 무겁게 한다. 하지 않아도 될 걱정들을 하게 되고 잊고 있었던 나쁜 기억들이 되살아나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생각들을 하고 안하고를 항상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대부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새벽이란 시간을 가지지 못하고 살았다. 그냥 사는 게 바빠서 늘 잠이 부족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언제나 출근 시간에 쫓겨 서두르기 일쑤였고 출근 준비하는 짧은 시간에도 그 날 그 날 직장과 가정의 일들을 생각하며 항상 쫓기는 삶이었다. 차츰 더 나이가 들고 직장을 은퇴하면서 나만의 시간과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잠도 줄어들었다. 새벽에 잠이 깨면 책을 보아도 되겠지만 어둠을 거부하고 갑자기 밝은 인공의 전깃불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전깃불을 켜는 일은 거의 없다. 보통은 그냥 창이 밝아 오기를 기다렸다가 일어난다.

새벽 형인간이 남들을 앞설 수 있다는 여러 가지 설명과 또 실제 사례들을 수없이 듣고 보게 된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속담에서 보듯이 새벽 형이란 단어 속에는 부지런함의 의미가 포함되어있다. 조선시대에는 궁중조회가 새벽에 열렸다. 아일조회(衙日朝會)는 새벽 430분쯤에 열렸고, 모든 문무백관이 모두 참석하는 대조회(大朝會)는 더 이른 새벽 3시쯤에 열렸다. ‘새벽 형인간이 아니면 출세는 꿈도 꿀 수 없었겠다. 그런데 나는 이제 성공이나 출세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굳이 새벽 형인간이 될 필요는 없다.

새벽에 잠이 깨면 그냥 눈을 감고 살아 온 날들을 생각하면서 참 좋았던 일, 오래 기억하고 싶었던 일들을 머릿속에 그려보고 혼자 어둠속에서 웃어보기도 한다. 더러는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라는 아쉬움이 있는 기억들도 간혹 떠올려 보고 반성 해보는 시간으로 삼도록 노력도 했다. 제법 긴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요즘은 오지 않은 미래를 미리 염려하거나 아무 도움도 안 되는 걱정들을 하는 것.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나쁜 일들은 기억해 내는 일 등은 나의 새벽 시간에서 제법 멀어졌다.

며칠 전 새벽에는 별이를 만났다. 7년 동안 우리 가족에게 기쁨을 주면서 사랑을 독차지 했던 강아지였다. 생후 50일 쯤 지나 우리 집에 왔었다. 몸집이 다 컷을 때도 2.5kg 정도의 작고 귀여운 하얀 말티즈였다. 맏딸 수은이는 중학교 교사가 되어 첫 월급을 받았을 때도 별이의 예쁜 옷을 사왔었다. 결혼하기 전까지는 자주 별이 장난감이나 옷을 사 오곤 하였는데 결혼 후는 좀 뜸 해졌다. 7년 동안 우리 집에서 같이 살면서 많은 추억들을 남겨 주었는데 알 수 없는 병을 얻어 우리 곁을 떠났다. 떠날 때는 처음 올 때와 같은 700g이었다. 지금도 우리 집 여기저기에 별이의 사진이 걸려있고 별이가 쓰던 밥그릇과 장난감이 남아있다. 나는 별이와 함께했던 즐거웠던 날들과 마지막 이별의 애잔했던 시간들을 마치 영상으로 보듯이 머릿속에 그려 보다가 창문이 밝아오는 것을 확인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사흘 전 쯤 평소에 내가 존경했던 연로하신 선배 교장선생님을 만났다. 반갑게 인사하며 어떻게 지내시는지 건강은 좋으신지 여쭤 보았다. 교장 선생님은 새벽잠이 깬 후 날이 밝아오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힘들다고 하셨다. 이제 잠이 없어 새벽 4시쯤에 일어나게 되는데 날이 어둡고 추워서 밖에 나갈 수도 없고, 눈도 어둡고 기억이 가물가물해 책 보기도 어렵단다. 그런데 거의 날마다 긴 새벽 시간에 이 것 저 것 걱정들로 시간을 보내게 되니 건강도 더 나빠지고 해서 이 긴 겨울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또 걱정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물었다. 날마다 해야 할 그 걱정들이 무엇이냐고. 오래 전 먼저 간 할멈이 날이 추워지는데 어쩌고 있는지 걱정이고, 나이 50이 되어 장가도 가지 않은 막내아들이 걱정이고, 내가 죽고 나면 서 푼어치 유산을 두고 형제가 다투지나 않을지 걱정이고...

선배 교장선생님의 걱정을 들어보니 내가 걱정을 같이 해줘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내일 새벽부터는 좋았던 일들만 생각하도록 노력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헤어졌다.

오늘은 이른 아침에 뜰에 나가 보니 마치 싸락눈이라도 온 듯 마른 잔디위에 하얗게 서리가 내려 있었다. 가을 내내 정성들여 키워 온 배추 잎들이 서리를 맞고 얼었다. 손으로 잎을 접어보니 그 연한 잎들이 뚝뚝 부러진다. 한 낮이 되면 따뜻한 햇살에 녹아 부드러운 잎으로 되돌아오리라 기대하면서 오늘 밤에는 비닐을 덮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상진/전밀양초등학교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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