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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도서관 채송화독서회 최기향 회장을 만나

[2019-04-19 오후 2:13:46]
 
 
 

우리나라는 오래 전부터 집 밖에서는 천하의 뜻 있는 벗을 사귀고, 집 안에서는 책을 읽는 것을 선비의 덕목으로 삼았다.


1970년 대 쯤 옆구리에 책 한권 끼고 다니는 것이 패션처럼 유행한 적이 있었다.


그 시절이 지나면서 곳곳에 신문을 펼쳐 든 사람들의 풍경으로 바뀌어 갔고, 지금은 스마트폰 등의 전자기기로 변신했다.


그러나 지금도 ‘독서는 지식과 교양 습득, 폭 넓은 언어 능력의 발달, 정서적 안정, 다양한 간접체험, 세상과의 소통, 인간관계의 이해 등을 이끌어 주는 최고의 길이다’며 예찬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다.


바로 밀양도서관 소속으로 19년째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채송화독서회’이다.


이 독서회의 중심에는 창립부터 지금까지 회장을 맡고 있는 열정적 인물이 있다.


그 사람을 만나보기로 했다.

 

⊙밀양인이 되다
최기향 회장은 건설계통의 공직생활로 이동이 있었던 부친의 영향으로 1958년 서울에서 7남매 중 넷째로 출생하였지만 성장기는 경기도 여주에서 맞게 된다.


이후 부산에서 무역업에 종사하다 사업가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면서 1997년 밀양시 삼랑진읍 소재 아담한 마을로 정착했다.


소 울음소리, 뭇 벌레들의 합창, 해거름에 피어오르는 밥 짓는 연기 속의 고즈넉함, 정겨운 흙냄새를 뚫고 피어난 파릇한 새싹의 향연, 농부들의 바쁜 손길을 따라 익어가는 곡식이며 과실들의 넉넉함, 계절 따라 찾아드는 아름다운 꽃들의 행진, 바람 따라 물결치는 강물 빛의 황홀함.    

그러나 젊은이가 거의 없는 시골 생활은 평온보다 적막함이 많았다. 2000년 가족들과의 상의 끝에 밀양시내에서 활동 중인 밀양불교합창단 단원으로 도심을 향한 첫 발을 내딛었다.


지금은 합창단을 떠났지만 불심 가득한 단원들의 향기와 함께한 아름다운 시간의 조각들이 무수히 쌓여갔던 20여 년 세월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최기향 회장은 남편 밀양시새마을회 김호근 회장과의 슬하에 1남2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

 

⊙채송화독서회
2000년 4월 교육청 소속의 밀양도서관에서 특별한 강좌를 개설했다.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하는 3개월 과정의 글짓기 강좌가 문을 연 것이다.

이 강좌에 40여 명의 수강생이 참여했고 강좌가 끝나고 난 후 이 만남의 인연을 이어가자는 사람들 10여 명이 모였다.


이렇게 시작된 것이 바로 채송화독서회이다. 이때 회장을 맡았던 최기향 회장은 지금도 회장으로서의 끊임없는 열정을 쏟고 있다.


한동안 밀양도서관에서 개최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독서토론회’에서 작가 및 책 소개 등을 맡아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는 13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매년 회원들의 추천과 협의를 통해 10권의 책을 선정한다.


월별로 선정된 책을 읽고 매월 1회 모여 토론회를 갖는다.


지금까지 수백 권의 책을 읽었고 진지한 토론회를 가진 것이다. 그들이 읽고 토론하였다는 책들은 상당한 수준의 책들이었으며 다양한 장르의 것들이었다.


스스로 선정하고 읽고 토론한 책은 결코 버릴 수 없어 흐르는 세월의 길이와 관계없이 소중히 보관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자신이 다시 보게 되고, 자녀가 보게 되고, 손자손녀가 보게 되는 온 가족의 보물이 된다.


잠시 독서토론회장을 찾은 기자는 그들의 진지함과 폭넓은 토론에 놀랐다.


그들은 책의 내용과 저자의 의도뿐 아니라 자신들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과 처해진 상황까지도 책속에서 투영해내는, 연륜이 쌓아준 엄청난 내공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최고의 권위가 인정한 詩낭송가가 되다
최기향 회장은 지난해 12월, 우리나라에서 이 분야 최고의 권위를 가진 재능시낭송협회가 인정하는 詩낭송가로 탄생하는 영예를 안았다.


詩를 낭송하는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재능시낭송협회 詩낭송가는 그 권위만큼이나 어렵고 힘겨운 탑의 자리이다.


재능시낭송협회가 밀양이란 소도시에 뿌리를 내리게 된 것에도 최기향 회장의 역할이 컸다.


2009년 사회교육원에서 詩낭송반을 개설할 예정이란 이야길 듣고 채송화독서회 팀들이 적극 동참하면서 강좌가 시작됐다.


이 만남도 강좌로 끝나지 않고 2012년 ‘물푸레시낭송회’란 이름으로 30여 명의 회원들이 모여 창립발표회를 가졌다.


밀양이 낳은 시인 故오규원 시인을 기리고자 그의 대표작인 ‘한 잎의 여자’에서 물푸레란 이름을 가져온 것이다.


이 낭송회를 이끌던 최기향 회장이 2013년 재능시낭송협회 교육을 받으면서 그동안 알고 있었던 것과는 다른 시낭송 분야의 엄청난 범위와 깊이는 물론 체계적이고 학술적인 교육방식을 접하고 충격에 빠졌다.


재능시낭송협회는 서울 중앙회를 비롯하여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울산, 강원(강릉), 충북(청주), 경북(구미), 경남(마산), 전북(익산), 전남(목포), 제주 등 12개 지회와 전남 여수에 동부분회를 두고 500여 명의 회원들이 전국적으로 체계적이고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시낭송 발성법 강의와 시낭송 클리닉, 초청시인과 함께 시 읽기, 시를 중심으로 한 무용·극·노래·창 등 다양한 예술 분야와의 접목은 물론 재능어린이 시낭송학교, 재능시낭송아카데미, 전국재능시낭송협회 워크숍, 문학기행, 시낭송 이론서 및 시낭송 CD발간 등 그 활동영역이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고 넓었던 것이다.


이 충격이 도화선이 되어 최 회장의 발걸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동분서주하던 끝에 2015년 7월 밀양시립도서관 5층에서 100여 명의 내빈과 축하객들이 모인 가운데 재능시낭송협회 경남지회 밀양분회로 재탄생하는 역사적 창립의 순간을 맞은 것이다.


재능시낭송협회가 함께 신청한 대도시들을 두고 밀양을 선택한 것은 밀양 詩낭송인들의 뜨거운 열기를 인정한 것이었다.

 

⊙행복한 열정
詩 공부에 열정을 쏟고 있는 예비 시인 최기향 회장을 만난 곳은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어느 빵가게였다.


평안마저 느끼게 하는 맑은 미소와 진지한 눈빛 그리고 정감이 담긴 말투가 특별하게 다가왔다.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묻는 기자에게 “책은 상처 난 마음까지도 온전히 치유해 주는 매력적인 것이며, 나아갈 방향까지도 제시해 주는 특별한 힘을 가진 것이다”며 독서의 가치성을 극찬했다.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한 질문에 망설임 없이 ‘가족’이라고 답한다.


“어느 곳에서나 평안하게 열정을 쏟을 수 있는 것은 오직 가족들의 배려와 응원 때문이다. 특히 정직하고 다정다감하며 예의바르게 성장해준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럽다”고 말한다.


최 회장의 행복한 열정은 식을 줄 모르고 타오를 것이란 확신을 가지며 찻잔을 들었다. 찻잔 속으로 여전히 조용한 음악이 함박눈처럼 내려앉고 있었다.

    


 
  

  


 

 

 

 

박영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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