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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인정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자

[2020-04-03 오후 4:17:43]
 
 
 

새벽이 조용히 온다.

집 앞 벚나무에 새움이 돋는가 했더니 어느새 꽃들이 만개했다. 사람들은 없는데 꽃들만 화사하게 축제를 벌이고 있지 않은가. 이 계절엔 지인과 친구를 초대하여 꽃잎이 낙화하는 벚나무 꽃길을 오래 걷고 싶다.

봄이 풍선처럼 낯선 이야기가 되어 도처에 둥둥 떠다닌다. 사람들은 언제나 계산대에서처럼 왜 그리도 졸아졌을까.

영혼을 들이마시듯 심호흡을 하며 날개를 펴고 기개(氣槪)가 넘쳐나는 삶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새 인간의 한계를 눈치 채고 실감했기 때문일까.

출근길의 열차들은 김을 내뿜지도 않고, 손수건 하나 흔들지 않고 고슴도치가 질주하듯 다가든다.

驛舍에서 만나는 늘 보는 맨 얼굴의 이웃들 모습. 친근이나 관용이라는 습지가 메말라 가기 때문일 것인가. 부활절은 오는데 그 우렁찬 부활의 종소리는 언제나 울릴 것인가. 모두가 저마다 쓸쓸히 돌아앉아 있다.

문득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이 그리워진다. 드넓은 파르비 광장에서 낯선 이방인들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던 추억이 새롭다. 그래도 그때는 외롭지 않았었다. 석양빛이 조명처럼 비추는 거대한 원색의 빛의 향연.

샌강을 유유히 지나는 유람선 바토 무슈의 물 젓는 소리가 아직도 환상처럼 들린다.

빅톨 위고의 소설, 그 불같은 정열의 파리의 노트르담. 한때는 포도주 저장소로 전락한 노트르담이 아니던가. 유구한 역사가 내려앉듯 요란하게 불타던 모습. 역사는 언제나 바람처럼 회오리를 일으키며 지나가는 것인가. 폭력적인 변화를 감추며 내면을 은폐하기 위해서.

봄은 인간보다 자연의 체온을 느끼기 좋은 계절이다.

유독이 길고 참담했던 사회적 거리두기란 회개한 운동의 겨울은 정붙이기는커녕 인간의 냄새조차 맡기가 어려웠다. 살 부빌 데도 없이 침엽수처럼 고고히 서서 견뎌온 세월이 얼마나 대견한 것인가. 아 그러나 지는 해처럼 우리는 서로의 간격을 키우며 새로운 다리라는 이름의 Pont neuf처럼 오래된 다리로 삭아져 가고 있는 것이다.

낭만도 정열도 없이 허우대뿐인 전설의 다리. 그곳엔 가난한 걸인이 동전통을 놓고 인생을 삭이고 있었다.

레오 카락스의 영화 뽕 뇌프의 연인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보드레르의 시처럼 예술의 절반을 이루는 감수성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기형처럼 무감각해진 불감증의 무리들. 화장지 꾸러미에 의식과 영혼을 파는 속물근성, 그게 굽 높은 상류국가 사회의 귀족적 전통이란 말인가. 늙었다는 이유로 누구에게도 말을 걸 수조차 없다.

봄이 오면 볼품없이 초라한 강변에서 또 걷기의 사유라도 시작해야할 것인가.

Big sky를 바라보며 쇼펜하우어의 산책 흉내라도 내어볼 것인가. 그곳에 슈만의 음악이라도 곁들인다면 더없는 첨상이겠지. 깊이 흠모하며 자주 환멸하는 사랑하는 내 조국. 한편으론 오랜만에 빛을 발하는 모습이다. 더없는 모멸과 조롱으로 가슴이 타고 있어도 더 이상 잃어버릴 것이 없을 때까지 운명처럼 가야하는 것인가. 새벽 열차의 매력처럼 뚫고 나가야 하는 것이니까. 실존과 상실의 악순환.

때로는 천년을 살아온 古城의 성주 같은 착각 일까. 그래도 매일을 새롭게 개척하고 자위하는 여로형(旅路型) 인간인 게지. 아무쪼록 영적 빙하기의 시대에 마음부터 추스르고 추스르자. 그래도 직립(直立)해야 하지 않을 것인가.

우리는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19를 통해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지 않았는가.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를 지녔는지. 그 보이지 않는 미물의 힘 앞에 우리는 시작과 끝의 명료성조차 가늠하지 못했다. 오직 어떤 거대한 영적인 힘이 존재함을 느끼지 않았는가. 겸허한 성찰과 회개의 자세만이 교훈으로 남은 것이다. 서로 보살핌의 미덕도 소스라치게 깨닫게 되었다. 따뜻한 정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자. 모든 것을 협력해서 선을 이루어야 하지 않을 것인가.

 

유판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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