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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잇값 함정

[2021-06-25 오후 3:27:10]
 
 
 

나잇값 좀 해라는 심심찮게 회자되는 말이다. 나이에 맞는 언행을 하지 않을 때, 힐난조의 표현이다. 단순히 언행의 질타에 더하여 나이를 앞세운 전횡이 있을 때 주로 나오는 말이다.

우리는 기실, 나잇값 매기기에 이골이 난 사람들이다. 어려서부터 나이는 관계설정의 가장 중요한 잣대로 작용해왔다. 처음 만나면 상대의 됨됨이나 생각을 살피기에 앞서 나이가 몇 살 인지를 궁금해 한다. 연상 또는 연하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나이가 인간관계의 중요한 기준이 되면서 부작용이 적지 않다. 첫째, 나이를 기준으로 서열화를 확대 재생산한다는 점이다. 나이로 인해 사적인 인간관계는 물론이고 공적인 공정성까지 침해할 소지가 생긴다. 둘째, 나이에 따라 생각이나 행동이 같아야한다는 균질화를 촉진함으로써 개인의 성향이나 가치관이 존중되기 어렵다.

그러니, 나이에 집착하는 사회분위기가 지속되는 한, 나이는 반()민주의 촉매가 되기 싶다. 나이를 뛰어넘는 평등성의 가치를 실현하기 어려울 뿐더러, 나이를 벼슬로 여기는 풍토에 이르면 합리적인 의사결정조차도 수렁에 빠진다. 가끔 국회에서조차 정책대결이 자칫 당신, 몇 살이냐는 시비로 점화되는 경우가 있으니, 이것이 나잇값의 현주소가 아닐까 한다.

우리는 왜 이렇게 나이에 집착해 왔을까. 유교에서 강조되는 위계문화의 소산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과연 그러한지 짚어 볼 문제이다. 장유유서(長幼有序)는 어른과 아이 사이에는 차례와 질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어른으로서의 위상은 이름값과 나잇값으로 매겨진다. 나라의 어른인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집안의 어른인 어버이는 어버이다워야 한다. 이름과 나이에 상응하는 역할을 해야 정명(正名)을 바탕으로 한 대동사회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유교적 계서는 어른이 나잇값을 제대로 하고, 아이들은 그 규범성을 따르는 사회를 말한다.

실제로 나이가 깡패가 된 사회분위기는 병영사회의 병폐에서 왔다. 일제 군국주의 시대에 학교를 병영처럼 만들어, 교사나 상급자에게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하였으며, 그것이 황국신민화 정책의 일환으로 국민들에게 강요되었다. 해방 이후에도, 상명하복의 군대문화가 사회로 확산되면서 군대식 위계는 사회 전반에 깊이 침투되었다고 본다.

그런데, 이즈음에 와서 놀랄만한 일이 생겼다. 보수파 거대정당에서 30대 중반의 당수를 배출하였으니, 나이 집착사회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념적으로 본다면 세대교체의 신호탄은 진보파 쪽에서 먼저 나옴직한데, 이미 현대사의 족쇄가 되었던 이념이나 지역성을 뛰어넘어 새로운 지향을 보수 쪽에서 선점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되짚어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우리의 전통문화에서 나이를 뛰어넘어 학문적 동지로 승화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은 26살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분의 학문적 로맨스를 8년을 넘게 이어 갔다. 퇴계는 나이는 물론이고 사회적 지위가 낮은 고봉을 공()으로 존칭하고, 자신을 황()이라고 이름을 불렀으니 상호 간에 얼마나 극진히 존중했는지 짐작이 된다. 조선 후기, 연암 박지원은 신분과 나이를 초월하는 학문적 동지를 규합하여, ‘백탑시사라는 동호회를 조직하기도 하였다.

학문이나 정치나, 나이가 무슨 제약이 되는 것은 후진적이다. 그러기에 이준석 신드롬이 한줄기 광풍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북경의 나비 날갯짓이 뉴욕에서 폭풍을 일으키듯이 우리 사회 전반에 나비효과로 확산되기를 여망하면서, 진정한 나잇값은 무엇일까, 한 번 더 생각해볼 요즘이다.

 

박창권/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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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 누구를 탓하기전에 나부터 나잇값을 하고살아야겠습니다. 세상은 누가 아니라 언제나 내가 먼저 실천의 의지로 모범을 보이면 사람이 살고싶은 사회가 될 것입니다.
좋은 글 반성하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06-26 16:20
밀양인 나이를 전횡으로 삼은 것이 유교문화라기 보다는 일제 군국주의 소산이라는 말씀에 적극 공감합니다. 시사성 높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06-26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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