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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그도 지나간다
밀양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2021-07-27 오후 3:46:56]
 
 
 

그리움 향해 달리는 강 모서리 모래톱에

버드나무 터를 잡아 세월, 그도 지나간다

하늘에 시를 뿌렸나 느리게 크는 내 기도

 

갓 우려낸 고단함이 점점이 번져 가면

변함없는 물소리는 내 어깨를 토닥이며

고요는 아주 느리게 차향처럼 다가왔다.

 

요즘 나의 일과 중 가장 행복한 일은, 해질녘 노을이 꿈꾸듯 내릴 때, 밀양강을 산책하다 영남루가 바라다 보이는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영남루가 비친 강물을 오래도록, 오래도록 바라보는 일이다.

유난히 늦은 장마가 끝난 뒤 국지성 호우가 한 번씩 폭염을 식혀주지만 계절이 빠른 걸음으로 달리는 즈음이라 아침, 저녁으로 가을의 내음을 품은 바람이 귀 밑을 스칠 때마다 그 상쾌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이다.

영남루의 모습이 남천강에 비쳐 물빛 전체가 짙은 녹색을 띄며 느리게 흐르는 모습은 노을이 지는 하늘과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몇 분에 한 대씩 지나는 철도의 덜커덩 소리는 낯선 곳으로 여행이라도 떠나온 듯한 묘한 설렘까지 느끼게 한다.

무념의 상태로 그곳에 머물다 보면 바람은 아기처럼 종알거리고 강물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 반짝이며 미소 짓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 영남루를 품은 아동산 전체가 바친 강물 빛과 잔디가 주는 짙은 초록의 위안은 알지 못할 전생의 깊은 슬픔까지 치료해 주는 듯하다.

굳이 앞자리에 이야기할 친구가 없어도 그대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자꾸만 올라오는 행복감에 벅차오른다.

부산에서 살다가 밀양으로 이사 온 후 24, 처음엔 참 답답하고 외로웠었다.

이제 나는 완전히 밀양 사람이 된 것 같다.

가까이 대한민국 3대 누각 중 하나인 영남루가 있고, 내가 사는 동네를 안고 흐르는 밀양강이 있어서, 밀양에 사는 난 참 행복하다.

맑은 바람과 물빛이 고와서 더없이 행복하다.

 

최기향/밀양신문평가단 부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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