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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그 즐거움은

[2021-01-18 오전 11:08:21]
 
 
 

때때로 놀랍기도 하고, 한심스럽기도 한 순간이 있다. 앉은뱅이책상 앞에 앉아, 이제는 책속의 작은 글자 보는 걸 피곤해 하는 눈을 비비거나, 책상다리 땜에 저린 다리를 풀거나 할 때이다.

도대체 무슨 영광을 보려고 이러나 싶은데, 그도 그럴 것이 굳이 새로운 지식이나 지혜를 얻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짜릿한 재미를 갈구하는 것도 아닌데, 왜 책을 읽는 한심한 짓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세 살 버릇 어쩌고 하는 속담처럼 습관 때문 일려나?

시작은 만화책이었다. 몇 살 때 인지는 모르겠으나 글을 읽을 수 있을 때인 것은 확실한데, 철인 27호인지 28호인지 하는 만화책을 본 후부터, 책가방 속엔 항상 교과서보다 많은 양의 만화책이 자리했다. 가끔은 선생님이나 아버지에게 걸려 뺏기기도 했고, 새벽녘에 내게서 뺏은 만화책을 읽고 있는 아버지를 발견하고는 분노하기도 했고

도서관은 개방되어 있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만, 그때 우리 학교의 도서관은 굳건히도 닫혀 있었다. 한 달 정도나 개방 했을려나? 책이 분실, 파손 되는 등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도서관은 그림의 떡이 되었고, 일부 엘리트들만이 고전읽기 어쩌고 하는 전유물이 되어 버렸다.

항거?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도서관의 책을 읽을 수 있었는데, 내가 공부를 잘하는 엘리트에 속해서는 당연히 아니고, 학교 당국의 허술함이라는 고마운 배려 덕분이었다. 도서관 정문은 철통같은 보안을 자랑했으나, 그 수많은 창문들까지 철통같음을 자랑하지 못했으니, 오로지 나만 읽고 반납하고 또 읽고 반납하는 유일한 이용자가 되었다.

교복을 착용하는 순간 제일 먼저 든 생각이 나는 이제 어린이가 아니다였다. 따라서 독서의 수준도 당연히 달라져야 된다고 생각했고, 그에 따라 동화, 위인전 등에게 등을 돌리고 우아하고 지적으로 보이는 세계문학전집을 들고 다니는 학생이 된다.

물론 읽으려고. 그러나 그 속에 적혀 있는 글들은 내가 읽기에는 때로는 너무 어렵고, 때로는 너무 지겨웠고, 또 세상에는 재미있는 책들이 많고도 많아서, 로맨스를 가장한 야한 책들 위주의 읽기와, 보여주는 문학도서 들고 다니기가 한동안 지속되었다.

어른이 갖춰야할 가장 큰 덕목은 지혜로움이며, 그 지혜로움의 원천은 많은 책 읽기다. 교육의 효과를 설명하는 대중적인 이론 중 하나가 콩나물론 인데, 콩나물을 키우기 위해 물을 주면 물은 곧바로 흘려내려 버리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콩나물은 자라 있다는 것이다.

책 읽기를 통한 지혜의 습득도 같은 것일 게다. 한권의 책을 읽고 나서 그 책의 내용을 몽땅 기억하는 사람은 당연히 없을 테고, 대부분의 경우 몇 가지 잔상을 남기거나, 심한 경우 내가 뭘 읽었더라가 될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책이 좋은 책인 이유는 머릿속 한켠에 각인되는 뭔가를 남긴다는 것이다. 그런 각인들이 쌓이고 쌓인 것이 지혜로움이 될 테고

지금의 내게 책 읽기는 운동이다. 몸과 정신 또는 마음이 같이 건강해야 한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따라서 몸의 건강을 위한 운동은 물론 뇌의 운동도 필요한데, 뇌 운동에 가장 좋은 것이 책 읽기 아닐까?

모든 사람들이 스토리를 좋아한다. 어릴 때 할머니에게 옛날 얘기를 조르는 것도, 만나서 재미있기 짝이 없는 남의 뒷 담화를 주고받는 것도, 드라마를 악착같이 시간 맞춰 챙겨 보거나, 영화를 보러 시네마에 가는 것도 스토리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스토리를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 상상이다. 할머니 얘기 속의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던 상상 속의 호랑이는 얼마나 무서웠던가? 그러나 영상매체가 보여주는 호랑이는?

책을 읽으면 등장인물의 생김새, 느낌과 움직임, 인물 주변의 풍경들을 상상하게 된다. 상상하면 재미있고, 상상하면 머리를 쓰게 되고, 그래서 상상하면 뇌 운동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읽고, 적고, 상상하고, 즐기는(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듯이) 책 읽기를 하고 있다.

밀양스럽게 해맑은 상상을

 

김종열/ 농협 밀양시지부 지부장

김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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