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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내에 부는 바람(1)

[2020-07-15 오후 5:02:52]
 
 
 

3장 우국(憂國)의 밤

 

성내에 부는 바람(1)

 

중산의 막내 숙부 죽명 민영국 선생과 운사 손태준이 다니는 <밀양 읍교회>는 읍성 안 서문껄에 있었다. 민가를 구입하여 세운 교회라 건물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으나 설립한 지 십 년이 되는 만큼 규모에 비해 교인 수도 제법 많았고, 지역 유력 인사들의 사랑방 구실을 하는 목사관까지 갖추고 있어서 그 역할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민가를 사들여 그것을 토대로 중수한 교회라 종탑이 있는 앞부분만 붉은 벽돌로 쌓아 올렸을 뿐, 나머지 부분은 주변에 있는 여느 반가와 마찬가지로 기와집 형태를 그대로 갖추고 있었다. 담장이 없는 교회 둘레에는 하얀 페인트칠을 한 나무 울타리가 둘러 서 있었고, 교회 앞마당에는 성목이 다 된 정원수며, 여러 개의 벤치가 마련되어 있어서 햇볕이 따가운 여름철이면 교인들은 물론 이웃의 주민들과 지나가던 장꾼들과 멀리서 온 타관의 길손들까지 그 그늘에서 회합을 갖거나 쉬어 갈 정도로 지역사회의 쉼터 공간으로도 널리 이용되고 있었다.

그리고 교회 마당 한옆에는 상추와 쑥갓, 가지, 오이, 호박 같은 채소 들이 자라는 채마밭이 있어서 엄숙하고 경건한 교회라기보다는 마을 공동체가 운영하는 소박하고 정겨운 회관과도 같은 부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 뿐만도 아니었다. 교회 건물과 야트막한 나무 울타리를 경계로 하여 경사진 언덕 밑에는 목사관이 따로 세워져 있었고, 그 앞쪽에는 소담하게 가꾸어 놓은 정원과 교회 부녀회와 청년회 회원들이 정성스레 가꾸어 놓은 그리 넓지 않은 과수원까지 딸려 있었는데, 거기에는 매실나무, 오얏나무와 같은 각종 과일나무들이 한창 자라고 있어서 그 가장자리에 조성된 예쁜 화단과 함께 교회 전체의 분위기를 더욱 싱그럽고 아름다운 이상촌(理想村)과도 같은 분위기로 만들어 주고 있었다.

눈부신 태양이 밝게 빛나는 오월 한낮, 오전의 주일 예배가 끝나자 교회 문이 활짝 열리면서 찬송가와 성경책을 든 교인들이 하나 둘씩 밖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갓을 쓴 두루마기 차림의 남정네도 더러 보였고, 조선 치마저고리를 입은 나이 지긋한 여인네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대다수의 남녀 교인들은 비교적 나이가 젊었고, 옷차림새도 개화된 신식 복장들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마다 신의 축복인 양 신앙에 감화된 미소가 가득하였고, 주고받는 말소리 또한 밝고 건강하였다.

읍성 안팎에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는 향교와 서당이며 서원을 중심으로 하여 보수 향반(鄕班) 유림들이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지난 시절과 마찬가지로 항일 의병운동에 연연하고 있는 반면에, 이곳 밀양 읍교회를 비롯하여 지난 191510월에 일제가 총독부령 제83호로 소위 <종교 통제안>이라는 것을 만들어 대종교를 종교 단체로 가장한 항일 독립 운동단체로 불법화시켜버린 이후로 지하화 한 대종교의 밀양지사(密陽支司)를 중심으로 한 청·장년층의 근대적 사고방식을 가진 개화된 사람들은 주로 상공업에 종사하며 자본주의 사회를 구축해 나가는 속에서 그들 나름대로 항일 독립운동 지원사업에 대한 방향을 모색하고 있었다.

그래서 밀양 성내에는 이들 상공인들이 만든 금융조합이며 잠사조합(蠶絲組合)과 시장번영회 같은 유관 기관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었고, 이곳 밀양읍교회와 대종교 밀양지사 쪽에서는 혈기 넘치는 젊은 인재들이 합세하여 문맹퇴치운동을 비롯하여 물산장려운동, 생활개선 운동과 같은 각종 청년운동을 활기차게 펼치고 있었다.

오늘이 밀양 장날이라 교회 앞 신작로에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길가의 교회 앞마당 나무 그늘에 장바구니를 내려놓고 앉아 쉬었다 가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눈부신 햇살에 손 가리개를 하고 밖으로 쏟아져 나온 젊은 교인들은 집으로 돌아갈 생각도 않고 저마다 교회 앞마당에 삼삼오오 모여 서서 저들끼리 왁자지껄하게 한담을 나누기에 여념이 없다.

손태준씨, 잠깐만요!”

산뜻한 양복 차림으로 죽명 선생과 얘기를 나누며 교회 현관 앞 계단을 내려서는 운사를 향하여 마당에 모여 있던 기독 청년회 회원들 중에서 누군가 소리친다. 운사가 그쪽을 바라보니 미곡상을 경영하며 기독교 청년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김병환(金幷煥)이 손짓을 하며 다가온다. 운사가 발길을 멈추자 가까이 다가온 김병환은 죽명 선생께 목례를 보내고는 운사에게 나직하게 묻는다.

오늘 밤에 시간 좀 내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죽명 선생의 권유로 기독교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는 운사였다. 그런데다가 이름 있는 반가 출신으로서 흔치 않게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운사라 그에게 적극적으로 친밀감을 드러내며 접근해 오는 사람은 아직 없었고, 그나마 청년회 회장인 김병환이 직무상 그를 가까이 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 편이었다.

시간요? 시간이야 얼마든지 있습니다만.”

운사가 무슨 일이냐는 듯이 의아해 하자, 김병환은 부자연스럽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인다.

오늘 밤에 이곳 목사관에서 우리 기독교 청년회와는 별도로 중요한 회합이 있는데, 손태준씨를 특별히 참관인으로 모셔볼까 해서요!”

우리 회장님께서 청하시는 일이라면 무슨 일인들 못하겠습니까. 그런데 몇 시까지 오면 됩니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운사의 얼굴에 까닭 모를 긴장감이 나타나며 태도마저 확연히 달라진다.

열 시쯤 목사관 뒷문 쪽으로 와서 문을 세 번 두드리면 됩니다.”

비밀스럽게 속삭이는 김병환의 말에 운사 얼굴의 긴장감이 더욱 뚜렷해진다.

남들이 알면 안 되는 비밀 회합이로군요?”

. 무엇이든지 우리가 하는 일은 왜놈들이 알면 좋을 것은 하나도 없지요!”

정대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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