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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에 온 여승(女僧)-2

[2021-09-10 오후 3:10:19]
 
 
 

5장 운명의 그림자

석양에 온 여승(女僧)-2

 

마음씨 고운 옥이네는 동래로 간다는 여승의 만만찮은 전도가 마치 자신이 가야할 길이라도 되는 듯이 조바심을 낸다.

민 대감님께서는 예전에 표충사 경내의 은둔처에서 극락왕생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네다만, 그 뒤로 노부인 마나님께서는 어떻게 지내고 계시온지요?”

우리 집 노마님께서는 아직도 기체가 예전처럼 한결같이 정정하시고 정신도 젊은 사람 못지않게 명경처럼 맑으시지예!”

. 그렇게 정정하시다니 정말 다행입네다! 그러면 안녕히 계십시오, 나무관세음보살.”

비구니는 용화 부인이 집에 없어도 이 정도의 근황을 알았으니 이제는 더 이상 아무런 미련도 아쉬움도 없는 듯, 옥이네를 향하여 허리를 깊게 숙여 합장 배례를 하고는 그대로 돌아서더니 종종걸음으로 표연히 사라지고 만다.

삿갓으로 애써 얼굴을 가리는 걸 보믄 그냥 탁발하러 온 시님은 아닌 것 같은데, 웬 일로 찾아 왔일꼬?’

비구니를 그대로 떠나보낸 옥이네는 한동안 움직일 줄을 모른 채 그 자리에 오도카니 서 있었다. 멀리 한양에서 왔다며 예전에 순국하신 승당 대감 나으리의 직함을 들먹이는 것도 그렇고, 용화당 노마님의 안부를 묻기 위해 일부러 들렀다는 것도 예사롭지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노마님께서 절간으로 불공하러 떠나고 안 계실 때 찾아왔일꼬?’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으로 우연히 그리 된 것인지, 아니면 출타 중임을 알고 일부러 날을 잡아 찾아 온 것인지 그것은 알 수 없었지만, 예사로 보아 넘길 일이 아닌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안채로 들어간 옥이네는 그 사실을 그대로 별당의 박씨 부인에게 전해 올렸고, 적이 놀란 박씨 부인은 울렁이는 가슴을 주체치 못하고 있다가 그날 밤 침소에 들른 중산에게 그 얘기를 한껏 상기된 얼굴로 전하고는 그의 반응을 유심히 살피는 것이었다.

서방님, 오늘 석양 무렵에 한양 삼각산 진관사에서 탁발 수행차 내려왔다는 비구니 스님 한 분이 다녀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옥이네가 전하는 바에 의하면, 나이 지긋해 뵈는 그 여자 스님은 궁내부 칙임관을 지내신 승당 대감 나으리 댁이 맞느냐고 묻고서 출타하신 용화당 할머님의 근황까지 알아보고는 무엇에 쫓기는 듯이 총총히 사라져 버렸다고 합니다!”

아니, 나이 지긋한 비구니가 찾아와서 승당 할아버지의 직함을 대며 용화 할머니의 근황을 알아보고 돌아갔다고요”?

중산은 불시에 차가운 물 한 바가지를 통째로 뒤집어쓴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드는 심사였다.

그렇잖아도 운곡 선생의 밀서를 용화 부인에게 전해 올리고 윗분들의 엄명에 따라 거기에 수반된 모종의 일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은인자중하는 속에서 청관 스님의 행적에 대해서만은 은밀히 한번 알아보려던 참이었는데, 막상 그 얘기를 듣고 보니 할머니의 불공 행차에 대한 복잡한 생각과 맞부딪치면서 무엇이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는 것이다.

용화 할머니가 따로 준비한 사찰 음식들을 가지고 떠나간 표충사 인근에도 비구니 스님들이 수도하는 대원암(大願庵)이란 암자가 있다고 했는데, 멀리 한양 땅 삼각산 진관사에서 왔다며 용화 할머니의 안부를 묻고 간 나이 지긋한 비구니는 또 누구란 말인가? 승당 할아버지를 모셨던 청관 스님의 생모가 뼈대 있는 무반 집 군관의 여식이라고 하더니, 승당 할아버지 순절 후에 삼종지의(三從之義)의 부도(婦道)를 지키고자 먼저 승려가 된 자식을 따라 머리를 깎고 중이 되어 찾아온 것은 아니었을까? 그렇지 않고서야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비구니 스님이 승당 할아버지의 직함을 대며 자기네 집을 찾아 올 까닭이 없지를 않은가?

서방님 생각에는 그 여자 스님이 누구이며, 그 먼 서울에서 무엇 하러 천릿길을 걸어 우리 집을 찾아 왔다고 짐작되시는지요?”

자기의 얘기를 듣고서 오래도록 말이 없는 중산을 보고 비단 금침 위에 병준이를 눕혀놓고 재우고 있던 박씨 부인이 자못 큰 관심을 가지고 재우쳐 묻는다.

글쎄요. 난들 그것을 어찌 알 수가 있겠소

승당 할아버지에 대한 자신의 비밀스러운 생각이 들키기라도 한 것처럼 내심 당황한 중산은, 그러나 짐짓 무심스런 표정을 지으며 능청스럽게 반문을 한다. 하지만 그의 심중을 그대로 들여다보는 듯이 찬찬히 바라보는 부인의 진지한 눈길 앞에서 그의 시선은 벌써부터 눈에 띄게 흔들리고 있었다.

박씨 부인은 중산의 그런 모습을 보고 이러한 기회가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나 있었던 듯, 그의 의표를 찌르며 다시 캐묻는 것이다.

서방님, 지난 단옷날 해천껄에 갔을 때, 혹시 그동안 우리 시집의 윗분들께서 일체를 비밀에 부치고 함구하셨던 승당 할아버님의 과거사 얘기를 친정아버님으로부터 전해들은 바가 없었는지요?”

허허, 부인께서는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게요?”

그 정도의 암시를 받고 떳떳하게 사실대로 털어놓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천고의 비밀을 지키려다가 불시에 허를 찔린 사람처럼, 중산은 그렇게 본의 아니게 역정을 내고 만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이미 귀밑 까지 홍당무처럼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정대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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