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선교회 회장을 만나
 
 [2004-02-26]
겨울답지 않던 날씨가 오늘따라 매섭다. 거실에 앉으니 냉기가 온몸을 휘감아 돌아 녹차 잔을 두 손으로 감싸 안고, 참으로 오랜만에 만난 형제를 바라보듯 다정하고 순수한 눈빛의 박신원(남. 46) 회장을 마주했다. 최소한의 난방비 마저도 아껴야 하겠지만, 지금도 추위에 떨고 있을 장애우들을 생각하면 따뜻한 자리가 편할 수 없는 마음 때문이리라. 재래시장에서 건어물을 취급하던 장로님 가정의 장남으로 성장한 그는 어린시절 꿈이 고아원 원장 이였다. 그 당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사람들이 부모가 없는 어린아이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군복무를 마치고 교회활동 중 스스로는 자기 몸을 제대로 돌볼 수 없는, 참으로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시각․청각․지체장애우들의 삶을 발견하고, 인간에게 이토록 어려운 길을 정하여 준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가슴을 뜯었다. 돈이 절실하다고 생각한 그는 ‘바른손 팬시’라는 문구점을 차렸지만 문구점이 온통 불우한 장애우를 돕기 위한 사무실로 변해 갔다. 결국 그는 사무실을 임대하여 ‘아름다운 선교회’란 이름의 선교회를 본격적으로 가동시켜 불우한 장애우를 찾아 나섰다. 지금은 세상의 온갖 즐거움을 벗어 던진 8명의 젊은 남녀 간사가 이 힘들고 어려운 봉사의 길에 함께 하고 있으며, 행사 때마다 주저 없이 찾아 주는 봉사자들과 1만원씩 보내오는 개인에서부터 단체 및 교회들의 후원을 모아 80여명의 장애우를 이․미용과 목욕봉사, 반찬 갖다드리기, 한글 가르치기, 예배 등 다채로운 행사로 돌보고 있다. 장애우들을 가정 가운데 모셔 함께 생활하며 돌보고 싶은 마음에 상동면 안인리에 총건평 80여평의 이층집을 구하였지만 아직 잔금을 치루지 못해 모시지 못하고 있다. 이 겨울을 추위와 싸우며 일주일에 한번씩 나눠 드리는 반찬을 아껴가며 지내야 할 장애우들을 생각하며 가슴 아파하는 그는 어렵고 힘든 봉사에 동참하던 경북 영덕 출생의 윤해정씨와 37세의 늦은 나이로 결혼하여 찬양(남 8), 찬송(여 6) 두 자녀를 두고 있다. 부인 윤해정씨는 안인병원에서 진폐증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로, 두 자녀의 어머니로, 나이 드신 시어머니의 며느리로 그렇게 환한 모습과 넉넉한 마음으로 오직 봉사에만 몰두하는 남편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고 있다. “장애우들의 눈물겨운 상처는 두 눈으로 세상을 보며, 두 귀로 세상의 소리를 들으며, 의지대로 손과 발을 움직이며 입으로 말할 수 있는 우리가 함께해야 할 당연한 일”이라고 속삭이는 듯한 박 회장의 촉촉한 미소가 눈부셔 곧 장애가족들과의 사랑으로 가득 채워질 텅빈 거실로 눈길을 돌렸다. 기자는 작은 기자수첩만 들려있는 빈손을 허허롭게 내려다보며 부디 새해엔 이 집안 가득히 신의 은총이 충만하기를 기원해 본다. 어둡고 힘든 세상이지만 자신의 몸을 태워 이웃을 밝히는 촛불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기에 밝아 오는 2004년이 더욱 따사롭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