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의 땅, 그 실크로드를 가다
 
 [2020-06-12 오후 4:03:23]

밀양캘리그라피협회(회장 양명희)가 지난 8일 카페밀양과 아난새문화공판장을 시작으로 약5개월에 걸친 60여 명 작가의 개인전 대장정에 돌입했다.
약2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는 밀양캘리그라피협회의 열정이 시작된 것이다.
그동안 밀양에서 다양한 대규모 전시회로 주위를 놀라게 하였으며, 일본 후쿠오카에서 회원전을 개최하는 등 동아시아 진출을 꿈꾸고 있는 밀양캘리그라피의 현장을 찾았다.

 

⊙밀양캘리그라피
캘리그라피는 감성적인 글씨를 말한다.
전공이 필요한 장르가 아니란 특별성을 가지고 있으며, 전체적인 원리나 구조를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는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지도와 연습을 통해 작품 활동이 가능한 대중적 예술이다.
캘리그라피작가를 일컬어 생활예술가로 말하기도 한다.
밀양캘리그라피는 조덕현 선생이 대중화되지 못한 캘리그라피에 주목하면서 생명력을 갖기 시작했다.
조덕현 선생은 1961년 생으로 동아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동아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한 석사출신이다.
부산에서 전업 작가로 왕성한 예술 활동을 전개해 중견작가의 반열에 올랐으나 천연염색에 몰두하던 아내와 함께 2012년 밀양 동화전마을에 새로운 둥지를 마련하면서 밀양에 정착했다.
행정복지센터를 시작으로 캘리그라피와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단체가 구성되면서 초대 회장으로 양명희 사진작가가 선출됐다. 이후 밀양캘리그라피협회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한다.
밀양시장이 밀양의 문화르네상스 시대를 향하여 노력할 만큼 밀양은 문화예술에 대한 열정이 강한 도시이다.
이러한 밀양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의 영역을 확대시킨 주역의 한 분야라 볼 수 있다.

 

⊙실크로드를 가다
생활예술이라 칭할 만큼 생활 속에서 친근하고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예술의 분야이니 거창한 의미부여 없이 그저 밀양인들의 다정다감한 삶의 이야기에 문화라는 감성의 옷을 입히고자 시작된 것이 ‘밀양의 땅 실크로드를 가다’라는 프로젝트다.
2019년 상반기부터 단장면, 산외면, 하남읍, 교동, 밀양시립도서관, 삼문동 등 문화센터에 참여하는 시민들 중심으로 문화경험운동이 시작됐고 이것이 이 프로젝트의 발단이 됐다.
단장면에서 하남읍에 이르기까지 진행되는 로드 위에서 중요한 역사적 유물의 흔적을 쫓는 것이 아니라 그 길 위에 사는 평범한 밀양시민들의 이야기를 담는 것이고 그들이 주인공이다.
시민들이 문화를 소극적으로 소비하는 것에서 직접적으로 깊숙이 참여하고 만들고 함으로써 밀양문화의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란 확신을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밀양의 땅, 실크로드는 그렇게 출발된 것이다.

 

⊙열정의 시간들
보통 문화센터는 상, 하반기로 나눠져 3개월 정도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지만 지속적으로 깊이 있는 작업을 해나가기는 쉽지 않다.
이번 프로젝트는 캘리그라피 기초과정이 끝난 후 창작 작업까지 완수 해보도록 계획됐다. 힘들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뿌린 씨앗을 잘 다듬어 열매 맺는 환희의 순간을 가져보겠다는 정신으로 열정을 쏟았다.
 참여자 개개인의 주거지가 다르고 생각이 다르지만 열정을 한곳으로 모아 각자가 15점 이내로 창작 작업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다.
각자의 재료선택도 달랐다. 종이, 천, 나무, 도자기 등 다양한 소재위에 나만의 손글씨로 마무리한다는 것은 재료의 물성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하고 연습작업도 많아야 한다.
특히 테마를 잡는다는 것은 더욱 더 힘든 일이다.
첫 날 카페밀양에 전시된 신영하 작가의 작품 중에는 기와를 소재로 한 것이 특별해 보였고, 아난새문화공판장에 전시된 박해대 작가의 작품은 나무에 새겨진 다양한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전시공간을 위한 땀
단장면에서 하남읍까지 53Km에 걸쳐 사는 참가자들의 작품발표 장소도 여의치 않았다. 밀양에는 갤러리가 6~7개정도이며 전문 갤러리는 없는 편이다.
부득이 대안공간을 찾아야했다. 다행히 6개의 대안공간을 발굴하여 60여 명의 밀양시민문화예술가가 밀양 시민문화의 실크로드를 만들고 열어가게 됐다.
접근성이 좋아야하며 디스플레이를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시설이 필요하지만 대안공간이라 모든 것이 부족할 뿐이다.
현장에서 작품을 이리 걸고 저리 걸어보며 모두가 디스프레이어로 탄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찾아온 관객들의 시선은 순간에 머물겠지만 이들의 열정은 밀양 땅에 새로운 예술세계를 열어가는 또 다른 시작이 될 것이다.
2020년 초반에 코로나가 발생하게 됨으로 전시 일정이 계속 연기하게 되어 잘 돌아 가던 동력이 힘을 잃기 시작했지만, 지혜롭게 극복하며 각자의 집에서 열심히 작품을 완성한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작업이란 것을 통해 본인들이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한 재능을 잠 깨우고 스스로 작업의 물성을 이해하며 자기성찰에 도달하게 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기대
이런 다양한 전시회를 통해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각이 달라지기를 기대한다. 또 전문예술가들의 작품에 대해서도 좀 더 폭넓은 시각으로 이해하고 모두가 소통하며 서로를 인정하는 밀양예술의 르네상스시대가 열려질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캘리그라피작가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은 순수한 열정과 배움에 대한 열기로 이루어 낸 작품들을 세상 밖으로 내어 놓음으로서 밀양에 대한 적극적인 사랑과 삶에 대한 애정, 주변인들과 더 큰 소통을 나눌 수 있는 스스로의 계기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실크로드가 아름다운 지역 공동체를 가꾸어 가는 밑거름이 되며 밀양시민문화예술의 새로운 지표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