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고구려고분 속의 벽화 복원 작업 ‘밀양’에서
 윤영희 화가, 진파리 1호분 사신도 원형복원의 대역사를 시작하다
 [2021-09-10 오후 3:07:32]

밀양출신의 화가가 자신의 고향 밀양에서 대작의 민화에 착수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부친이 경영하는 공장 내의 건물 하나를 작업실로 삼아 한국회화의 근원인 고구려 고분벽화 중 진파리 1호분 사신도에 대한 복원제작에 돌입했다.

강의와 연구에도 분주한 시간을 쪼개낸 화가의 열정과 고향의 기운이 어우러진 민화 속으로 들어가 보기 위해 작업장을 찾았다.

 

화가 윤영희

작업장에서 만난 화가는 순수하리만치 환한 미소를 담은 얼굴이었지만 그림을 향하는 눈빛은 강렬하고 진지했다.

윤영희 화가는 1961년 밀양에서 출생하여 밀양여고를 졸업하고 영남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거쳐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에서 민화 전공으로 미술학 석사과정을 마치면서 최초 민화 실기 석사 논문 전인 석사 논문 발표 전을 동국대학교 갤러리에서 가진 바 있다.

성남 아트센터 미술아카데미 민화 강사로 활동하였고 현재 <일향 한국미술사 연구원> 연구위원, 한국미술협회 민화 분과 이사, 서울교육대학교 평생교육원 현대민화 강사로 활동 중이다.

()대한민국 미술협회, ()한국전업미술가회, ()한국민화협회, 국제 미술 교류회 등에 소속하여 왕성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열정파 화가이기도 하다.

올해 10월 겸재정선미술관에서 개최 예정인 초대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는 윤영희 화가는 한국미술역사관·한국미술진흥원·해외교류작가회·프랑스 리옹 시립미술관 등에서 초대 전시회를 가졌고 수원 행궁동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6.25 70 주년 기념 길상화사전, 한국미술리더전, 창원 국제 조각비엔날레 초대전, 광복 70주년 경축기념 평화통일 전을 비롯 국내외 그룹전 백여회를 통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동안 한국미술협회 공모전(국전) 회화부문 입선 2, 대갈문화축제 현대민화공모전 최우수상, ()한국민화협회 전국공모전 최우수상을 비롯한 다양한 수상 경력을 가진 화가이다.

 

고구려 벽화

한반도 역사상 가장 큰 영토를 가졌던 나라의 이름은 고구려였을 것이다.

그런 만큼 수많은 역사의 흔적들이 존재하겠지만 그 중 현재 평양에 존재하고 있는 고분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초기, 중기, 후기로 구분하고 있는데 그 차이는 묘에 존재하는 방의 숫자이다. 초기는 여러 실로 되어 있고 중기는 2, 후기는 단실로 된 구조이다.

초기를 대표하는 벽화고분은 안악 3호분과 덕흥리 고분이 있는데 벽화는 풍속화가 주를 이룬다. 중기를 대표하는 벽화고분은 각저총과 무용총이 있는데 벽화는 인물화와 산수도가 주를 이룬다. 후기 대표 벽화고분은 강서대묘와 진파리 1호인데 벽화는 사신도가 주를 이룬다.

사신도는 북방의 신 현무, 서방의 신 백호, 남방의 신 주작, 동방의 신 청룡을 말한다.

사신도는 휘몰아치는 구름, 흩날리는 연꽃과 넝쿨, 신령스런 동물들, 꿈틀거리는 나무 등 우주의 생동감과 신령함이 사신(四神)과 함께 담겨 있다.

현재 진파리 고분의 사신도는 오랜 세월을 견뎌오면서 풍화 등에 의한 훼손이 많은 상태이다.

 

벽화에 주목하다

윤영희 화가는 한국 고유의 독창적인 정신과 회화 표현을 모색하다 민화를 조명하고 관찰하기에 이른다.

나아가 한국 회화의 근원을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찾으며 그 조형적 특징과 문양에 주목하게 되었다.

한국미술의 조형과 문양에 대해서는 그에 관해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일향한국미술사 연구원>에서 연구위원으로 영기화생론이라는 독창적인 연구를 내건 일향 강우방 선생의 지도 하에 7년째 연구에 몰입하고 있다.

또 조형면에서 탁월한 전통민화의 표현을 오늘날 어떻게 계승 발전시키며 표현할 것인 가에 중점을 두고 현대 민화의 제작과 방향성에 관해 연구를 하고 있다.

윤 화가는 현존하는 작품에서 가장 고대로 올라가는 6세기 중반의 상고시대 회화 작품으로, 한국 회화의 근원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고대에서 전해오는 건축물을 포함하여 19세기 민화와 일반 민속 공예품에 이르기까지 전통 조형 예술품에서 보이는 대부분의 문양이 이 벽화 속 문양의 변주(變奏)로 표현되고 있다는 것.

지고한 사상을 표현한 불화에서 가장 활발히 적용된 것을 볼 수 있으며, 특히 고려 불화 중 세계적으로 독특한 방식으로 간주되는 탱화나 괘불에서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는 것 등에 주목한 것이다.

 

벽화의 복원

진파리 1호분은 한국 고대고분벽화의 사신도 중에서 초문(草紋-일반 기존 표현=당초문)이 역동적이고도 생명감으로 충만해 있는 모습이 가장 잘 표현되어있는 작품으로 망자의 영원하고도 왕성한 생명력과 그것의 확산과 번성을 기원한 그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2000년도 촬영 사진 자료에서도 70%가 훼손되어 알아보기 어려운 상태이다.

1930년대의 일본 조사팀의 사진 촬영분과 그 당시 모습의 재현도, 이후 북한 작가들의 당시 모습을 재현해 놓은 작품들을 기본 자료로 하고, 전통문양을 연구하며 세계 조형예술품에 내재한 사상을 밝혀내고 있는 강우방 선생의 지도하에 다년간의 문양연구를 통해 고분벽화 속 사신도의 조형적 의미를 파악하고 선적 연결을 찾아내어 복원하기에 이르렀다.

윤영희 작가는 감히 복원했다고 말하기엔 부족하다. 오랜 세월 속 식안으로는 분별할 수 없도록 녹아버린 더욱 세밀한 선과 채색 부분은 향후 연구자에게 남겨둔다며 겸손해 했다.

 

복원의 의의

불상을 위시하여 한국미술사 연구에 생애를 바치고 있는 <일향 한국미술사 연구원>의 강우방 선생은 영기화생론(靈氣化生論)’이라는 독창적인 연구를 통해 지속적이고도 심도 있게 연구해오고 있다. 고구려 고분벽화의 조형들에는 고대 인류학적 사상과 철학의 표현이 담겨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사신도로 표현된 조형의 상징성은 단순한 미술적 표현을 넘은 훨씬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사신도는 무덤 속 망자만의 세계를 기원한 것보다는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를 초월한, 기운생동의 음악성, 선과 여백의 조화미라는 속성을 기반으로, 우주와 합일한 생명력의 율동을 통해 서로의 화합과 새로운 생명생성의 확산을 기원하고 노래한 찬양화라고 볼 수 있다.

윤영희 화가는 이러한 벽화의 웅변에는 미술연구자를 넘어서 일반인들에게도 알려져야 할 기본적인 인류의 사상이 내재된 것으로 보여 이는 학생들의 교과서에 수록되어져 교육되기를 바라고, 수승한 회화적 사료로 연구 보존되어야할 자료로 인식하고 복원에 착수한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작품 앞에 서니 쉽게 만나지 못했던 색채와 인간세계를 벗어난 형용하기 어려운 특별한 기운이 쏟아져 내리는 듯 했다. 언젠가 완성품 앞에서 주체하기 어려운 감동에 휘말리고 말 것이란 기대감에 가슴이 떨렸다.

 

희망

윤영희 화가는 작품의 보존성을 위해 재료의 특성상 보존에 가장 탁월한 옻칠로 제작한다.

최적의 옻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 화가의 열정적 모습이 영상처럼 펼쳐져 온다.

또 연구의 과정에서 사신도 소형과 중형의 제작을 거쳐 원형 크기의 제작을 위해 고향 땅인 밀양으로 달려올 만큼 특별한 각오를 담은 작업이다.

윤영희 화가는 진파리 1호분 사신도를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남겨 보여줌으로써 전통 예술품 속의 다양한 초문이 가지는 상징성에 대한 관심과 그 것을 읽어낼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기를 바라며, 자칫 잊고 있을 수 있는 삶의 에너지 창출의 근원과 생명 현상에의 숭고하고도 심오한 정신을 회복할 수 있는 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구려고분군 중 벽화 사신도를 원형 복원하는 일은 세계사적 의미를 갖는 귀중한 일이다.

긴 시간 연구와 고증을 거쳐 온 열정과 수고에 찬사를 보내며, 그것을 바탕으로 대작에 착수한 용기에도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수많은 땀과 열정 그리고 시간과 재정이 소요되는 어렵고 외로운 싸움이 될 것이다. 많은 이들의 격려와 성원이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