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쿠바: 잃어버린 시간의 향연>
 손경수 지음 쇤하이트 발행
 [2016-09-30 오전 11:31:00]

해외로 여행을 가게 되면 종종 다른 나라에서 여행 온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은 대부분 한 달 이상 휴가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나라마다 차이는 다소 있지만 한국만큼 짧은 휴가를 쓰는 나라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전쟁 이후 한국인들은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의 여가를 희생하며 국가의 경제 성장을 위해 일해 왔고, 아직도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긴 노동시간과 낮은 소득을 얻고 있을 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짧은 휴가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7박8일 일정으로 유럽 3개국을 둘러보는, 놀라운 관광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많은 시간 투자를 해야 하는 중남미 국가로 여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쿠바도 그랬다. 전혀 다른 언어권이라는 부담감도 크고, 일단 물리적인 거리가 멀기 때문에 큰맘 먹고 세계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에게나 가능한 여행지로 여겨졌던 것이다.
 

저자도 그런 이유로 평생을 가보고 싶었던 나라를 방문하지 못한 채 마음 속 로망으로만 간직해오다 큰 결심을 하고 쿠바를 방문하게 되었다. 막상 부딪혀 보니 쿠바의 문턱은 전혀 높지 않았다. 쿠바는 중남미 국가를 통틀어 가장 안전한 나라이다. 굳이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 못해도 약간의 기본적인 인사말 정도만 익힌다면 쿠바를 여행하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을 것이다. 불어를 못한다고 파리에 갈 수 없는 것이 아니듯이 비행거리가 조금 멀긴 하지만 열흘 정도의 휴가를 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쿠바여행을 시도해 볼만 하다. 무엇보다도 쿠바는 카리브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나라이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조니 뎁이 누워 있던 하얀 모래와 에메랄드 빛 바다를 기억하는가? 바로 그 바다가 쿠바에 있다. 2015년 미국과 쿠바가 반세기 동안 단절되었던 빗장을 풀었다. 2016년 3월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를 방문했고 롤링스톤즈가 아바나에서 세계 최초의 무료공연을 가졌다. 5월에는 샤넬의 2017 크루즈 컬렉션이 아바나 쁘라도 거리에서 열리기도 했다. 여러 신문과 잡지에서 쿠바를 무대로 한 화보와 기사가 실리고 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이래로 서구열강이 그곳으로 달려갔듯이 전 세계가 닫혀 있던 미지의 세계, 새로운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현재 쿠바는 세계인이 가장 주목하는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저자는 쿠바에서 많은 여행자들을 만났는데 처음 쿠바에 왔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스킨 스쿠버를 즐기기 위해 자주 쿠바를 찾는다는 스페인 남자, 축제 일정에 맞춰 오다 보니 열 번 이상 방문하게 되었다는 벨기에 아줌마, 매해 세 달 이상을 쿠바에서 보낸다는 이탈리아 아저씨, 휴가를 즐기러 온 칠레인 가족, 친구와 함께 배낭여행을 온 스위스 청년… 그들은 모두 쿠바에 매료되어 있었다. 일찍이 쿠바의 매력을 알아 본 거장 헤밍웨이는 아바나에서 20년을 살았다. 쿠바를 경험한 이들은 모두 쿠바를 사랑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저자는 쿠바의 아름다운 자연과 16세기부터 보존되어 온 건축물들이 주는 ‘오래된 새로움’뿐만 아니라 혁명으로 나라를 지켜 온 그들의 특별한 역사에 주목하였다.
 

이 책은 쿠바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쿠바가 궁금한 이들에게, 또 고도의 소비사회에 피로를 느끼는 이들에게 출구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