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tiago 순례자들과 성탄절 파티
 Hornillos - Brugos 24.5km
 [2021-08-17 오전 10:08:58]

25일 아침 7시 반에 안개로 10m 앞을 분간하기 어려운 순례길을 헤매듯 찾아 목적지 Hornillos에 무사히 도착했다. 마치 미로 여행을 하는 것처럼 길을 더듬어 약 3시간을 헤맸다.

요새 밤낮 기온차가 심해 걸핏하면 아침 안개가 끼어 순례객들 발걸음 힘들게 했다. 보통 오전 10시 전후로 안개는 쥐 죽은 듯이 사라졌다. 쉬엄쉬엄 한 6시간 정도 걸었다.

걷다가 하도 감상할 곳이 많아 멈춘 시간이 더 많았다. 동네마다 조각 예술품 같은 명품 교회들을 일일이 둘러보았다. 중세 시대 가톨릭이 부흥할 때 세워진 교회들이다. 이 교회들이 긴긴 세월이 흐르면서 비바람에 깎이고 쓸리고 교회 비문들이 희미해졌다. 전에 비해 성도들 신앙심도 퇴색해 조금 스산해 보였다. 여기 스페인도 농촌엔 인구가 자꾸 줄어 빈집이 많이 보인다.

도착해 수속을 끝내고 나니 알베르게 관리인 다빗이 오늘 오후 5시경 크리스마스 축하 행사파티가 있단다. 좀 일찍 도착해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순례객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20여 명이 오늘 같은 숙소에서 지나게 되었다. 정말 각국 대표였다. 여성 순례객이 다섯이다. 자기들 끼리 사용하는 언어를 들어보니 영 예측이 되지 않았다. 동구 유럽권?

제 시간에 다 모였다. 거나한 파티는 아니다. 순례객들을 위로하는 초촐한 파디였다. 그래도 얼마나 감사한가? 스페인 사람들 Peregrines(순례객)들 한테는 마치 특혜를 해주듯 늘 친절히 해주었다.

오늘 주 메뉴는 살라드 스파게티와 와인이다. 오늘 제공된 와인은 가정집 양조장에서 바로 숙성시킨 아직 상표가 부착되지 않은 음료용 오리지날 와인이다. 향과 맛이 일품이었다.

난 나이가 좀 든 순례객 틈새 앉았다. 서로 통성명을 하고 한 꼭지 한 꼭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스페인 호야킨 68세 엔지니어로 일하다 은퇴, 미국인 윌슨 70세 은행원으로 일하다 은퇴, 그리고 69세 필자. 우리보다 한 열 살 밑 포루투칼 호야. 모두 4명 원팀이 되어 성탄절을 즐겼다. 나이만큼이나 숙성된 순례객들이었다.

저쪽 새파란 젊은 친구들 더 적극적으로 마시고 즐긴다. 젊음이 좋기는 좋다. 대부분 어제 Burgos Albergue에서 서로 마주친 순례객들이다. 걸으면서 늘 느끼지만 순례객들은 늘 마음이 통하는 것 같았다. 그래 서로 먼저 인사하고 정보 주고.

먼 나라 외진 마을 숙소에서 쓸쓸히 성탄절을 보낼 뻔 했는데 뜻밖의 파티 선물을 받고 보니 그 뒷맛이 너무 감사했다. 잔잔히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러퍼지는 파티장 분위기는 이 땅에 오신 아기예수님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주태균/코이카 111기